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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종이빨대'는 과연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양철민의 경알못]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폐기물 중 빨대 비중은 0.03%

종이는 플라스틱 대비 생산시 탄소 배출 5배이상 많아

종이빨대 대부분은 자연분해가 아니라 소각장에서 불태워져

종이빨대 사용시 '효용 감소' 등의 보이지 않는 비용도 고려해야


**'양철민의 경알못’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경제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경제를 잘 알지 못해’ 매일매일 공부 중인 기자가 쓰는 경제 관련 콘텐츠 입니다.





직장인 변형석(40) 씨는 10년 넘게 애용했던 ‘스타벅스’에 1년전부터 발길을 끊었다.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인 변 씨에게 종이빨대 강요는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의 기쁨을 크게 반감시켰다. 변 씨는 “플라스틱 컵으로 아아를 마시자니 앞니가 시리고, 종이빨대를 사용하자니 5분도 안돼 빨대가 소여물처럼 흐물거리는 일이 빈번했다”며 “무엇보다 종이빨대로 아아를 마시면 종이에서 나는 씁씁할 맛이 느껴져 1년전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는 다른 매장을 간다”고 밝혔다.

실제 종이빨대 관련 기사에는, 변 씨처럼 해당 빨대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댓글이 넘쳐난다. 과연 프랜차이즈 커피점들이 잇따라 도입 중인 종이빨대는 친환경적일까. 설사 친환경적이라 하더라도 종이빨대 사용에 따라 감소한 커피한잔의 ‘효용’을 감안하면, 친환경을 넘어서는 가치를 안겨준다고 볼 수 있을까. 기자는 갖가지 통계를 바탕으로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종이빨대의 친환경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마이클 셀런버거의 저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 따르면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9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 플라스틱 빨대의 비중은 0.03%에 불과하다. 종이빨대 사용이 바다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부분이 극히 미미하다는 뜻이다. 또 해당 저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의 4분이 1은 중국에서 발생한다. 한국에서 제 아무리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도, 중국의 플라스틱 배출을 막지 못한다면 지구는 갈수록 오염될 수밖에 없다.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 대비 환경에 더 해롭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의 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을 907kg 생산할 경우 약 1.55톤의 탄소가 배출된다. 반면 같은 무게의 종이를 생산하려면 5배 이상 많은 9.45톤의 탄소가 배출된다. 플라스틱 대비 자연에서 잘 분해된다는 종이빨대의 장점 또한, 버려진 종이빨대의 대부분이 소각장으로 직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점으로 치환되기 힘들다.





백번 양보해 텁텁한 종이 빨대를 쓴 덕분에 환경이 조금 더 나아진다고 가정하자. 우리는 직장인 평균 시급의 절반이 조금 못되는 4500원(스타벅스 톨 사이즈 기준)에 값하는 아아를 굳이 종이빨대 스트레스를 감수하면서 마셔야 할까. 오히려 커피 한잔이 제공하는 스트레스 감소효과(경제적 효용)가 종이빨대 때문에 저해 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했을 때 대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 지출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지난 2018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들은 스트레스에 따른 ‘감정소비’에 월 평균 15만1891원을 사용 중이다. 물가상승률과 코로나19에 따른 불안 외에 부동산값 급등, 취업난, 종이빨대 사용 등의 스트레스까지 모두 더할 경우 2022년 성인들은 감정소비에 1인당 20만원은 족히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이 부분은 기자 개인의 추측이다).

최소 ‘1일1커피’가 원칙인 분들은 앞으로 더욱 ‘친환경’ 스트레스가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6월 10일부터는 전국 100곳 이상의 사업자를 가진 매장에서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된 1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구매할 때 300원의 보증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용한 1회용 컵을 제도 적용 대상 매장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긴 하다. 다만 5000원 가량 하는 커피를 마신 사람이 300원을 돌려 받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니고 줄을 서는 등의 발품을 팔 경우, 커피 한잔이 제공했던 효용의 상당부분이 증발하지 않을까. 여기에 더해 커피숍 점주들은 1회용 컵 세척에 따른 또다른 환경오염 가능성과 1회용 컵 보관 및 보증금 환불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또 11월 24일부터는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으로 된 빨대, 젓는 막대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해당 제도의 ‘선의’와 상관없이 그 효과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구와 후세대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는 놔두고 ‘고등어 구이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나온다’던 2016년 환경부의 보도자료가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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