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해협 문제 등을 놓고 미중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국의 국방장관이 조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통화했다. 이번 통화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통화 후 후속 조치 성격이었으나 양측은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팽팽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20일(현지시간) AP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장관)과 45분가량 통화했다. 양측이 카운터파트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던 끝에 성사된 이번 통화는 오스틴 장관 취임 후 15개월 만에 이뤄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이날 핵, 우주, 사이버 분야 등에서 미중 간 전략경쟁을 관리하고 위기시 소통 채널을 개선하는 일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도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활동에 관한 미국의 우려를 제기했다.
오스틴 장관은 특히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미 당국자가 전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도 전달됐다.
반면 중국 국방부에 따르면 웨이 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중국은 미국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대국관계를 수립하기를 원한다"면서 "국가의 이익과 존엄을 지킬 것이니 미국은 중국의 의지와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양측이 가장 민감하게 의식하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대만은 중국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일부분이다. 이는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이자 현상"이라며 "대만 문제가 잘못 처리되면 양국 관계를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 측에 해상 군사도발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모함하고 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고 중국 국방부는 전했다.
한편 오스틴 장관은 지난해 취임 후 웨이 부장보다 서열이 높은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쉬치량 부주석과의 통화를 희망했으나 중국측이 의전을 지킬 것을 고집해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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