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 후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는 것 못지않게 청와대의 상징성을 이어가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녹지원·잔디 등을 개방하고 관저는 국빈 숙소 등으로 활용하되 일부 내부 공간은 대통령이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현재의 청와대를 설계한 이형재 정림건축 고문(전 가톨릭관동대 교수)이 21일 한국건축단체연합(FIKA)이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대통령실 이전과 용산 지역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고문은 청와대 설계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청와대의 상징성을 설명했다. 그는 “풍수지리적으로 호불호가 있지만 청와대가 위치한 종로구 세종로 1번지는 길한 배산임수의 형세를 가진 최고의 명당”이라며 “1104년 고려 숙종의 이궁터로 활용되기 시작한 후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중요 부지로 활용됐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89년 1월 설계를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착공, 1990년 10월 춘추관·관저 준공, 1991년 9월 본관이 준공되면서다. 이 고문은 청와대 설계 배경에 대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민주화의 배경이 된 직접선거 도입을 선언(6·29선언)하고 1988년 올림픽을 성황리에 개최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정치적·경제적 위상이 이전과 달라질 만큼 성장했고 이에 따라 노후화된 옛 본관(경무대)만 있었던 청와대에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설명했다.
이 고문은 “업무 공간과 주거 공간이 혼재돼 있던 옛 본관을 대체할 대통령궁을 설계함에 있어서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한국 고유 건축 양식인 한옥을 적용해 청와대의 대외적 품격을 높이고자 했다”며 “춘추관은 대통령과 국민을 더욱 가깝게 이어주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가교로서, 관저는 공적 업무 공간과 사적 주거 공간 구별이 분명하지 않아 여러 가지 불편이 있었던 것을 해소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 달 10일 국민에게 개방되는 청와대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존 건물의 용도를 파악하고 콘텐츠와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잔디마당과 녹지원 등 외부 공간은 국민에게 개방하고 관저는 국빈을 위한 숙소로 활용하되 내부 공간인 본관·춘추관·영빈관·상춘재·여민관 가운데 일부는 대통령이 활용함으로써 청와대가 가진 상징성을 이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청와대의 상징성과 일부 개방을 강조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김지한 대한건축사협회 이사는 “청와대는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고 소장물도 대부분 보물급인 만큼 상징성이 크다”며 “청와대도 전통성에 기반한 보존 개방 방식을 통해 국가 주요 행사 행사장 또는 국빈 숙소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유적지의 완전 개방보다 개방을 위한 ‘프리 존’과 보안을 필요로 하는 ‘페이드 존’으로 나눠 단계적인 개방 방식을 채택한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이전 이후 용산의 개발 계획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도시 계획 전문가인 이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용산을 국가 중심 및 강·남북 균형 발전에 걸맞은 방향으로 개발하기 위해 통합적 지역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산은 그동안 지구 단위 계획 수립에만 10년 이상 소요되는 등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골격이 짜여 있다”며 “향후 용산의 개발은 이같이 큰 기조는 유지하되 부분적인 보완과 구체화 작업이 이뤄지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민간 및 공공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을 때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용산이 국가 업무, 국제 업무, 첨단 산업, 주거 복합, 공원 레크리에이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통합적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지고 그 계획에 따라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주최한 한국건축단체연합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건축계의 의견을 모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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