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장병에게 매달 2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단계적 시행으로 가닥을 잡았다. 올해부터 월급을 올리되 윤 당선인 임기 내에 월급 200만 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단계적 추진은 결국 재원 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작용했다. 윤 당선인이 약속한 ‘취임 즉시 이병부터 봉급 200만 원 보장’은 매년 3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당장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지원금 마련을 위해 20조 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몇 조 원의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았던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약을 무리하게 강행하기 보다는 과도한 재원이 들어가는 복지공약은 현실에 맞게 조정, 효과를 최대화 하는 게 지속성의 측면에서는 맞다”고 평가했다. 복지 공약에 대한 속도 조절, 현실화의 조치가 당장에는 여론의 부담은 있겠지만 국가 운영의 측면에서는 옳은 결정이라는 얘기다.
3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인수위는 병사 봉급 200만 원 공약과 관련해 올해 봉급을 일부 인상하되 추후 총 200만 원을 맞추기로 했다. 공약은 취임 즉시 이병부터 200만 원 보장이었으나 재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 인상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등 대선 때보다 국가 재정이 사실상 악화되면서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차기 정부는 소상공인 코로나 피해 지원을 위한 33조 원 이상의 추경안을 준비하고 있으나 재원이 부족해 국채 발행으로 십수조 원을 충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바로 병사 봉급 200만 원을 보장한다면 국채 발행으로 병사 봉급을 맞춰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의 (공약 이행) 의지는 강하지만 국가 재정 수요를 감안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병사 봉급 200만 원을 보장하는 것은 재정상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만약 당장 6월부터 이병 봉급 200만 원을 보장하려면 추가 재원 3조 원이 필요하다. 내년부터는 추가 재원이 5조1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앞서 대선 토론에서 윤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싸잡아 “’쌍 포퓰리즘’이다.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임기 말까지 병사 봉급 200만 원 보장을 공약했다.
윤석열 정부는 인상 폭과 시기를 조절하며 소요 재원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임기 안 봉급 200만 원 보장은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인수위의 다른 관계자는 “임기 안 200만 원 보장은 확정”이라며 “안 그러면 거짓말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수위는 병사 봉급 200만 원을 보장하기 위해 월급 약간 인상과 전역 때 목돈 지급을 혼합한다는 원칙을 확정했다. 월급을 조금 인상하고 총 지급액과의 차액은 적립한 뒤 전역 때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재원 소요 시기를 늦출 수 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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