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를 일방적으로 올려 받고 늘어난 소득을 빼돌린 배달대행업체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드라마 광고로 입소문을 타 가맹 희망업체가 늘자 로열티를 75%나 인상한 뒤 매출을 속여 세금을 탈루한 프랜차이즈 업체도 세무 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코로나19 시기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폭리를 취하고 세금을 빼돌린 탈세자 89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배달대행업을 하는 A업체는 코로나 사태로 배달 수요가 늘어나자 배달료를 올리면서 소득은 누락했다. 이 업체는 음식점에서 배달료를 현금 결제하는 경우 세금계산서를 미발급해 매출을 누락하고,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에는 지급 대행사를 통하는 수법으로 소득을 빼돌렸다.
B 프랜차이즈는 최근 간접광고(PPL) 협찬으로 가맹 희망업체가 늘자 로열티를 75% 인상하고, 동의하지 않는 가맹점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갑질'을 일삼았다. 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인테리어 업체에 독점 계약을 알선해주고 수억 원의 수수료를 받으면서 매출을 거짓으로 신고해 세금을 빼돌렸으며, 사주는 6억 원이 넘는 슈퍼카 6대를 법인 명의로 사용하기도 했다.
건설자재업체 C의 경우 대규모 건설 현장에 자재를 납품하면서 동종업체 관계자들과 납품 가격을 일정 금액 이상으로 책정하자고 공모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업체의 사주는 자녀에게 재산을 편법 증여하기 위해 자녀 명의 회사를 거래에 끼워 넣었고, 수십억 원의 법인 자금을 사적으로 유출했다.
D 성형외과는 수백만 원 상당의 미용수술을 치료 목적 수술로 둔갑시켜 환자들이 불법으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 사기에 가담했다. 이 과정에서 200억 원 규모의 수술 수입을 올리고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부가가치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고, 수술 브로커 조직에 불법 알선 대가를 광고비로 위장해 지급하며 소득을 탈루했다. 병원장 가족들이 해외여행을 하거나 명품을 사들이며 사용한 경비 10억여원은 사업 경비로 처리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사 투자자문업체 E는 유료 회원방에서 주식 매매 시점 정보를 제시하며 연간 최고 6000만원의 가입비를 받아 챙겼다. 이 업체는 주식시장 호황으로 매출이 급증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실제 지출의 530%에 달하는 거짓 세금계산서를 꾸며내고 허위 경비를 계상하는 수법으로 법인 소득을 빼돌렸다.
이번 조사 대상 가운데 가격 담합이나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한 탈세자는 47명, 서민을 상대로 불법 행위를 자행한 탈세자는 42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국세청은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민생 침해 탈세 행위에 대해 일회성 조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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