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로 분류된 보험회사 위탁계약형 지점장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관리를 받았다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는 판단이다. 반면, 다른 보험회사 위탁계약형 지점장이 제기한 퇴직금 소송에서는 상반된 판단을 내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화생명보험 전 지점장 A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한화생명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A씨는 2014년 5월 한화생명보험 위탁계약형 지점장(BM)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가 2018년 3월 회사로부터 위탁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계약서 준수사항과 회사 지침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A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가 각하 처분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기사
1, 2심 재판부는 A씨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계약해지에 따른 부당해고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근무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고, 출퇴근 시간이 기록되지도 않았다”며 “근태이력 등 인사관리시스템의 적용을 받지 않아 회사로부터 관리·감독을 받았다고 볼만한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회사의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아 근로자가 근무 시간과 장소 등 구속을 받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위탁계약형 지점장이 지급받은 수수료 등이 지점 운영이라는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날 선고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 흥국화재해상보험 위탁계약형 지점장들이 각각 제기한 4건의 퇴직금 등 청구소송에서 이들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보험회사에서 위탁계약형 지점장 형태로 일한 원고들이 회사로부터 업무 계획이나 실적 목표 등의 달성을 독려받기는 했지만 보험사가 지점장들의 업무를 일일이 정하거나 지휘·감독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판단 대상이 모두 보험회사 위탁계약형 지점장으로 같다고 하더라도 개별 사건에서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각기 다르게 나타나 구체적 사실관계를 기초로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직종이나 지위 등에 따라 기계적으로 동일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