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전문가인 선배로부터 ‘미술품 가격은 부르는 게 값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시장이 형성된 제도권 작가의 경우 가격 결정의 논리가 분명 있습니다. 질문을 받은 자리에서 가격 판단의 근거가 될 정보를 휴대폰으로 검색했고 꽤 정확하게 그림값을 찾아냈습니다. 전문성에 논리가 있다면 그 논리를 시스템화하는 게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티팩츠(ARTIFACTS)’를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미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 아트 플랫폼 아티팩츠의 박원재 대표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미술 시장 현황,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 아티팩츠’를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고 ‘아티팩츠’의 탄생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아티팩츠는 휴대폰 카메라로 미술품을 촬영하거나 이미지·키워드 등을 입력하면 작품 관련 작가 정보부터 평론과 거래 이력까지 확인할 수 있게 도와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아티팩츠 측은 이날 행사를 앞두고 일반인 200명과 미술 전문가 및 컬렉터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반 관람객의 83%가 전시 관람에서 정보 탐색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컬렉터의 경우 가격 적정성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부족하며 이것이 구매 위축 요인이라고 답했다. 박 대표가 시장 성장과 저변 확대가 진행 중인 한국 미술 시장에 체계적인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최근 미술 시장의 과도한 양적 팽창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며 “일부 인기 작가의 경우 전문가적·전통적 미술시장 지표와는 무관하게 움직이기도 한다”면서 “일반적으로는 미술사적 가치를 기반으로 시장 가치가 형성되고 미술관 컬렉션을 통해 주목받게 되는데 최근 급부상한 몇몇 작가들은 미술관이나 미술계의 관심과 무관하면서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일반인들이 미술품의 적정 가격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작가의 활동 이력(CV)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경매 거래 내역 등의 가격 변동은 이미 공개돼 있는 정보이기에 그 추이를 챙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티팩츠는 미술관 정보 68만 건을 포함해 약 87만 건의 미술품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비공개 정보인 갤러리 정보도 6000건 이상 수집했다. 60년 전통의 미술 전문지 ‘아트포룸’과 제휴해 관련 평론 등을 제공받고 국내 언론 보도를 외부 링크로 공유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박 대표는 고등학생 때 경주선재미술관 인턴으로 미술계에 입문했고 로드아일랜드스쿨에서 미술을 전공해 2005년 원앤제이갤러리를 열었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의 장남이지만 독자적으로 한국의 젊은 작가를 발굴했고 한국 작가만으로 아트바젤의 초청을 받는 몇 안 되는 한국 갤러리로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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