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암호화폐를 지급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금융 제재로 국제금융결제망인 스위프트에서 퇴출돼 자본시장에서 고립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산업통상장관은 이날 한 포럼에서 암호화폐가 지급 수단으로 합법화될 것으로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관건은 관련 규제를 어떤 식으로 마련할 것인지"라며 "이 부분에 대해 정부는 중앙은행과 함께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암호화폐 지급 결제 제도가)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투로프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암호화폐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러시아 중앙은행의 입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해 허용 쪽으로 돌아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 1월까지만 해도 암호화폐의 지급 결제 활용은 물론 투자와 채굴까지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할 정도로 시장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후 "중앙은행은 최신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특히 채굴 분야에서 경쟁 우위가 있다"고 암호화폐 활용을 독려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옐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전쟁 발발 이후인 4월 연방의회 하원 회의에 참석해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시나리오에는 반대한다”면서도 “중앙은행이 디지털 금융 자산 프로젝트에 대한 강경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또 “디지털 금융자산은 자금 유치를 위한 또 다른 창구가 될 수 있다”며 암호화폐 시장을 금융자본 유치 목적으로 육성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만투로프 장관은 이와 관련해 “중앙은행이 먼저 암호화폐 사용에 대한 규제를 만들고 그다음에 정부가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러시아가 전쟁 발발 이후 경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이용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3월 러시아 제재에 암호화폐를 포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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