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구글에 요청한 콘텐츠 삭제 건수가 역대 최다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정보 보호’ 관련 삭제 요청이 대부분인 가운데 ‘N번방 방지법’과 ‘선거법’ 관련 삭제 요청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선거법 관련 삭제 요청은 같은 해 상반기 대비 60배나 폭증했다.
20일 구글이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정부의 콘텐츠 삭제 요청’ 현황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하반기 한국에서 총 5747건의 콘텐츠 삭제 요청을 받았다. 삭제 요청에는 인터넷 주소(URL), 유튜브, 이미지 등 7만 4821개의 콘텐츠가 포함됐다. 지난해 상반기 994건(1만 3056개 콘텐츠) 대비 5배 넘게 증가했다. 구글이 2011년 삭제 요청 통계를 공개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전에는 2020년 하반기 1378건(3만 1754개)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하반기 삭제 요청한 7만여 개의 콘텐츠 중 5만 200개(67%)가 법적 사유 또는 구글 정책 위반으로 실제 삭제 처리됐다.
구글은 “전 세계 법원 및 정부 기관에서 콘텐츠 삭제를 요청하면 면밀히 검토하고 콘텐츠가 각국 법령이나 구글 정책에 위반될 경우 삭제한다”며 “정부 기관은 현지 법률을 토대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법원 명령을 요청에 포함시키기도 하는데 2가지 유형의 요청 모두가 보고서에 집계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대부분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구글에 콘텐츠 삭제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삭제 요청 대부분은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 사유로 총 4881건(85%)이었다. 특히 2020년 말부터 시행된 ‘N번방 방지법’ 관련 요청만 1700건으로 집계됐다. 구글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아동 성적 학대 콘텐츠, 자발적이지 않은 가짜 포르노, 동의를 얻지 않은 노골적인 이미지를 포함한 약 1만 9000개가 넘는 URL을 구글 검색에서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여전히 콘텐츠가 노출된 1만 3000개의 URL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선거법 위반 관련 삭제 요청이 폭증했다는 점이다. 선거법 위반 관련 삭제 요청은 총 304건(5%)으로 지난해 상반기 5건 대비 60배가량 폭증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뒀다는 특수성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한국에서는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이 치러졌다. 다만 앞선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엔 110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 땐 1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 때 특히 선거 관련 삭제 요청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때보다 더 치열했던 네거티브 선거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 정부의 삭제 요청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하반기 삭제 요청이 가장 많았던 나라는 러시아로 1만 4787건(19만 5689개)이었다. 한국은 러시아 다음으로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인도가 2등이었지만 하반기에 2311건(9899개)을 기록하며 3위로 밀려났다. 해외 선진국 가운데 미국은 313건(1590개), 독일 302건(1099개), 영국 154건(656개), 일본 106건(652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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