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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머스크…권도형 루나와 테라가 사기인 이유[영상]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학에 진학해 실리콘밸리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창업까지 한,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를 빠짐없이 밟은 한국인이 있습니다. 바로 권도형입니다.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의 단점을 보완한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고, 그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를 알고리즘으로 유지시키는 모델을 만들어 암호화폐계의 거물, ‘비트코인 고래’로 불렸던 인물이죠. 투자자들과 트위터로 적극 소통하면서 한국판 일론 머스크라는 소리까지 들었는데요. 그가 만든 코인, 루나가 하루 만에 99% 폭락했다가 또다시 8000% 급등하면서 한국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미국 재무부 장관까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 코인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자금이 어디서 나오냐는 질문에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도권)는 ‘당연 너희 엄마 돈이지’라는 패륜적인 농담을 시전합니다. 당시에 도권을 믿고 따르던 투자자들은 ‘왜 제대로 설명을 안 해주고 저렇게 말을 하는 거지?’ 하고 의문을 품었는데요. 몇 달이 지난 지금, 투자자들은 당시 그가 아주 솔직하게 대답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암호화폐계의 총아 도권이 만든 코인이 사실은 ‘폰지사기’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도권이 만든 코인은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T)와 테라의 시세를 유지해주는 루나라는 코인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화폐가 갖는 안정성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코인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연동시키는 코인을 말하는데요. 테라의 안정성이 증명된다면 암호화폐는 지금처럼 투자의 수단이 아니라 진짜 법정화폐의 지위를 물려받는 디지털 ‘코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받았죠.

그런데 1달러에 1코인의 가치를 연동시킨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스테이블 코인은 담보자산을 만들어두는데요. 미국의 스테이블 코인 USDC의 경우엔 국채 등 실물이 있는 자산을 지급준비금으로 둬서 1달러에 1코인을 페깅(연동)시켰어요. 그런데 암호화폐는 디파이, 즉 탈중앙화를 지향하는데 국채처럼 정부가 운영하는 자산을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화폐의 지향점을 살짝 비켜나갔죠.



그래서 등장한 게 도권이 만든 테라였습니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페깅시켜 완전한 탈중앙화가 가능하다는 게 차별점이죠. 설명만 들으면 정말 멋지고 혁신적인 코인이죠? 하지만 좀 더 살펴보면 문제는 분명해요.



테라는 두 가지 시스템에 의해 페깅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루나 코인, 테라의 자매코인인데요. 이번에 99% 폭락한 바로 그 코인이죠. 테라의 가치가 1달러보다 떨어지면 테라 투자자들에게 루나를 대신 지급해서 테라를 소각시키고, 테라가 1달러보다 비싸지면 루나 투자자들에게 테라를 지급하는 대신 루나를 매입해 소각시키는 방식으로 테라의 가치를 유지해왔어요. 이 알고리즘이 가능하려면 필요한 대전제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루나 코인의 가치가 우상향해야 한다는 거죠.





이를 위해서 도권이 만든 두번째 시스템이 바로 앵커 프로토콜입니다. 테라 투자자들이 계좌에 테라를 예치해두면 20%의 이자를 주는 시스템인데요. 예적금은 물론 주식으로도 20%의 수익률은 쉽지 않은 숫자니까 너나 할 것 없이 테라에 투자하고, 테라를 떠받치는 루나에도 관심이 생긴 거죠. 도권은 테라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3억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매수하기도 했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두 가지, 수익모델에 대한 의문과 뱅크런을 어떻게 막을 수 있냐는 건데요. 먼저 수익모델, 20%나 되는 높은 이자를 대체 무슨 돈으로 주냐는 거죠.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수수료 등으로 그 수익을 메꿀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20%나 되는 높은 수익률은 새로운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빼서 기존 투자자들의 이자로 돌려주는 폰지사기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너희 엄마 돈으로 비트코인 매수한다”는 도권의 말도 이런 맥락에선 사실이죠.



이런 위태로운 모델로 테라를 운영하던 가운데 연준이 빅스텝을 선언하는 등 유동성을 축소하자 코인 시장이 발작했고, 테라의 페깅도 깨지게 된 건데요. 불안감이 엄습하자 투자자들은 테라는 물론 루나도 매도하기 시작했고, 두 코인의 가치가 떨어지자 악순환이 시작되면서 하루에 99% 폭락하는 사태까지 이른 거에요. 이에 따라 자작극설, 중앙은행 개입설, 헤지펀드 공격설 등 여러 가설들이 등장하기도 했죠. 이런 일이 있을 동안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고요.



루나와 테라만 급락하면 다행인데, 도권이 테라의 디페깅(가치 고정 실패)을 막기 위해 지급준비금으로 갖고 있던 수조원 가량의 비트코인을 매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돌자 비트코인의 가치도 덩달아 휘청였고 당연히 코인판 전체가 흔들렸어요. 코인이 갖고 있는 화폐로서의 신뢰에 금이 간 거죠.

루나는 현재 몇몇 거래소에서는 상장폐지가 되었고, 몇몇 거래소에서는 아직 거래가 가능한데요. 단타 수익을 노리는 투기꾼들과 도권이 테라를 부활시킬 거라는 믿음을 가진 투자자들이 치열하게 부딪히며 하루에도 수천%의 급등락을 보이고 있어요. 처음에는 좋은 의미에서, 지금은 안 좋은 의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테라·루나와 도권, 과연 코인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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