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서학개미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미국 증시가 사실상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하면서 뼈 아픈 투자 손실을 경험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겠죠. 특히 최근에는 애초부터 변동성이 컸던 테슬라 등 기술성장주외에도 탄탄한 실적을 자랑했던 코스트코 등 유통주와 코카콜라 등 필수소비재 기업들의 주가마저 하루 7~12%씩 급락하는 등 정신을 쏙 빼놓는 변동성 장이 이어졌습니다. 종목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 주가의 급락 속에서 투자자들의 공포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모습이죠.
미국 증시의 하락 공포는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그리고 약세장에 진입한 증시에서 우리 투자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번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투자자들의 공포를 부추기고 있는 미국 증시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100년 만에 최장 하락…약세장 진입한 미국 증시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이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들이 계속되는 모습입니다. 서학 개미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던 테슬라 등 기술 성장주가 금리 인상의 압박 속에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코카콜라 등 탄탄한 실적을 자랑하는 필수소비재 기업마저 하루 7% 가까이 폭락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시장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겠죠. 실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등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3대 지수는 모두 약세장(Bear market)에 이미 돌입했거나 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입니다. 나스닥은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상태이며 S&P 500은 20일(현지 시간) 장중 2.3% 급락하며 연초 대비 20%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며 약세장 진입을 알렸죠. 장 막바지에는 하락분을 회복해 전고점 대비 19% 하락을 기록, 공식적인 약세장 진입을 면하기는 했습니다만 장중 약세장에 들어선 것은 2020년 3월 ‘코로나 쇼크’ 당시 이후 처음입니다. 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이번 주 2.9% 하락하며 무려 8주 연속 하락했는데 CNBC에 따르면 1923년 이후 100년 여 만에 나타난 최장 기간 하락세라고 하네요.
개별 종목을 살펴봐도 상황은 처참합니다. 서학 개미들의 ‘최애’ 종목인 테슬라는 이날 6% 넘게 추락하며 ‘칠백슬라’가 무너졌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663.90달러로 마감했는데 700달러 밑으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입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주식인 애플도 올 초인 1월 3일 182달러로 고점을 찍은 후 현재 137.59달러로 24% 이상 하락한 상황입니다. 전세계 시가총액 1위라는 타이틀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 내줬죠. 텔레닥이나 로블록스, 코인베이스 등의 기술성장주는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아 연초 대비 70~80%씩 빠지기도 했습니다.
“아직 바닥 아니다”…애플이 ‘패닉셀’ 속 20~30% 더 내려가야 진짜 항복
투자자들이 더 큰 공포를 느끼는 지점은 전문가들 사이 “미국 증시가 아직 바닥은 아니”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는 겁니다.
일례로 월가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제러미 그랜섬은 18일 CNBC에 출현해 S&P500 지수가 지금 하락한 곳에서 추가로 반 토막은 더 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죠. 그는 현재 미국 증시가 2000년 ‘닷컴 버블’ 때보다도 더욱 안 좋다고 봤는데 “닷컴버블때는 주식에만 거품이 껴 있었지만 지금은 부동산·채권·원자재 등 모든 자산이 온통 거품인 상태”라는 겁니다. 그는 최악의 경우에는 지수가 3분의 1 수준까지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으며 약세장에서 회복하는 데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수석 주식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 역시 20일 발간한 투자 서한에서 “주식시장이 바닥에 닿았음을 암시하는 ‘항복(Capiutlation) 신호’가 명확하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투자 전문가인 펀드 매니저들은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등 ‘항복 선언’을 하는 모습이지만 기관·개인 고객들에게서는 이런 신호가 아직 나타나지 않다는 것이죠. 2021년 초부터 주식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100달러라면 아직은 4달러 정도만이 빠져나온 상태라고도 언급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항복 선언’이란 대체 어디서 나올까요. 전문가들은 ‘애플’ 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 세계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주식인 애플이 무차별적인 ‘공포 매도(패닉셀)’로 수직 낙하할 때가 바로 공포를 넘어 항복까지 하는 ‘진짜 바닥’이라는 거죠.
미국의 통계전문조사기관 데이터트랙리서치의 공동 창업자인 닉 콜래스는 “시장의 바닥은 최고의 기업들이 시장 대비 저조한 수익률을 나타낼 때 도달한다는 오랜 증시의 격언이 있다”며 “애플이 궁극적으로 대규모 매도 공세에 시달릴 때가 진정 투자할 만한 바닥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인 심플러 트레이딩의 옵션 부문 부사장인 다니엘 셰이 역시 18일 인터뷰를 통해 “올 들어 20% 하락한 애플의 주가가 여기서 20~30%는 더 빠져야 진정한 바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건 일반적인 매도세이며 실제로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와 같은 핵심 종목이 다른 기술주처럼 크게 빠지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버티게 해준 애플이 무너지는 순간이 항복의 단계”라고 부연했습니다.
약세장 회복 1년 이상 걸릴 수도…“베어마켓랠리 때는 현금 확보해야”
과거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약세장은 통상 1년은 간다고 합니다. CNBC가 미국 자산운용사인 샌더스모리스해리스의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약세장은 평균 338일 지속했으며 38%의 낙폭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번에 진행된 하락장이 길어야 3~4개월 정도라는 점을 볼 때 앞으로 증시의 하락세와 낙폭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골드만삭스의 분석은 더욱 가혹합니다. 20%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베어마켓이 시작될 경우 평균점까지 다시 회복하는 데는 통상 2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예컨대 2007년 10월부터 2009년 3월에 걸쳐 약세장이 연출됐는데 이때 주가는 57% 하락했고 회복에는 4년이 걸렸습니다.
최근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진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경기침체)’가 온다면 하락 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공포스러운 관측도 나옵니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에 다르면 경기 침체가 있었던 2000년, 2008년, 2020년 약세장의 평균 주가 낙폭은 47.9%에 달했으니깐요. 도이체방크 역시 경기 침체가 온다면 S&P500 지수는 35~40%까지 하락해 3000선까지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약세장 회복이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합니다. 특히 약세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반등(베어마켓 랠리)을 이용해 현금을 확보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줄을 이었습니다. 마이클 하트넷을 비롯한 BoA 전략가들은 “랠리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저점 매수보다는 우선 매도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알리안츠의 경제고문 모하메드 엘-에리언 역시 “인플레이션으로 현금의 가치가 하락할 수는 있겠지만 일단 지금은 현금 또는 현금성 자산 뒤로 몸을 숨길 때”라고 조언했죠.
그렇지만 공포에 질려 주식을 모두 팔고 떠나지를 말 것도 당부합니다.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긴축 정책 속에서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 매수 관점에서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투자전문매체인 배런스는 13일 ‘이제는 과감하게 주식을 매수해야 할 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해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제 현금 보유량이 풍부하고 성장세가 건실하며 상당한 배당금까지 지급하는 우량주 쇼핑에 나설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전설적인 투자자로 꼽히는 아트 캐신 UBS 디렉터 역시 “S&P가 저점을 뚫고 수직 낙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세상의 종말에는 절대로 베팅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비관론이 팽배해질수록 낙관론을 거두지 말 것. 지금이 바로 투자 고수들의 숱하게 말해 왔던 이 조언을 곱씹어봐야 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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