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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치유와 통합의 아이콘' 될 근대미술관

정준모 한국미술품 감정연구센터 대표





어느 정권, 어느 대통령이건 ‘국민 통합’은 절대 화두다. 이는 대한민국 구성원들 간에 반목과 질시가 끝을 모르는 때문이다. 이런 분열과 갈등이 비단 우리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유독 우리 갈등지수는 심각하다.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가치, 성별, 학력, 지지 정당, 세대 항목에서 집단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 비율이 세계 1위라고 한다. 또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 정치·경제·사회의 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최상위권이지만 갈등 관리 능력은 27위로 매우 낮다. 우리는 비연속적인 근대화·산업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 지수상 선진국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연속적인 갈등으로 많은 유·무형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국민 모두가 갈등 해소를 갈망함에도 여전히 해소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갈등의 원인은 정치(63.1%)와 경제(30.9%)라고 한다.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 관련되니 이해가 가지만, 갈등을 치유할 정치가 갈등의 원인이라니. 이는 오늘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근간인 우리 근대에 대한 국가 구성원들의 합의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는 독립협회를 이끌었던 개화파 지식인이 한국의 근대화를 이끌었다고 하고, 어떤 이는 대한제국기 고종의 광무개혁을 근대의 시작으로 본다. 일본의 식민화는 잘못된 것이지만 식민 시대에 근대화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근대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이 오늘의 갈등을 이루는 이유다.



혁명을 통해 근대국가를 세운 나라나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신생국가가 앞다퉈 근대미술관을 설립한 것은 혼돈의 근대사를 민족이라는 문화 예술적 공동체 개념 아래 합의된 역사로 정리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우리는 근대사를 근대국가의 기반인 문화 공동체로서의 ‘민족’이 아닌 정치로 다루면서 오늘의 혼란을 자초했다.

근대를 견인한 최고의 발명품인 미술관·박물관은 ‘민족’이라는 개념으로 프랑스혁명 이후 등장한 개인을 국민국가의 일원으로 만든 정치적 공간이자 근대국가의 근간인 추상적인 ‘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을 구체화한 ‘문화적·예술적 상징체’다. 또 국가와 민족 또는 문화 예술과 미술사라는 중성적 입장과 용어로 서로 대립하는 이론적 관점과 역사적 시각을 화해시켰고, 때로는 급진적이며 비당파적인 어조로 국민 갈등을 치유 또는 ‘논의’하거나 ‘대화’로 이를 유보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미술관·박물관의 실효적 갈등 치유 기능을 무시해왔다.

근대에 관한 입장 차를 문화 예술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 근대사에 관한 성급한 정치적·학문적 제안으로 갈등을 고조시키기보다는 새로운 해석과 합의·토론이 필요한 시기다. 따라서 근대미술관 건립은 갈등 치유를 위한 필수 사업이다. 이후 근대미술관은 국민국가의 정체성을 되살려 민주공화국으로 오롯이 세우는, 미래를 바꾸는 일을 담당할 것이다. 근대미술관의 미술관 이상의 역사를 정리하고 합의에 이르도록 하는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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