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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IPO 3수생' 현대오일뱅크, 또 상장 철회

증시 침체로 제값 못받을까 우려

HD현대, 구주매출 기대수익도 ↓

하반기 최대 기대주도 중도 낙마

공모주 투자심리 크게 위축될듯





코스피 상장을 위해 세 번째 도전에 나섰던 현대오일뱅크가 국제 유가 100달러 시대에도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결국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증시 침체로 현대오일뱅크가 IPO를 통해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모기업 HD현대(267250)가 상장 계획을 포기한 것이다. 최대 15조 원의 몸값이 거론되며 하반기 IPO 최대 기대주였던 현대오일뱅크가 낙마하면서 얼어붙은 시장의 공모주 투자심리는 한층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오일뱅크는 21일 전날 이사회를 개최해 IPO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HD현대는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해왔다”면서도 “최근 증시 여건 등의 악화로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상장 추진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HD현대의 오일뱅크 IPO 중단 결정은 상장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물론 한국거래소도 미리 인지하지 못할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오일뱅크의 상장 철회로 올 들어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원스토어·태림페이퍼 등 5개 기업이 증시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철회한 것은 최근 증시 침체로 기대한 몸값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상장을 통해 15조 원 안팎의 시가총액을 기대했지만 공모가 산정의 주요 기준인 경쟁 정유사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하지 못해 몸값을 10조 원 정도로 대폭 낮춰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실제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달 13일 12만 3000원에 달했던 주가가 이날 9만 3700원에 거래를 마쳐 시총이 10조 5500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경기 침체 우려로 정유 업계의 수익성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정유사들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시장의 정제 마진은 지난달 23일 배럴당 약 30달러에서 이달 18일 손익분기점(5~6달러)에 근접한 6.8달러까지 급락했다. 기업가치가 줄면 HD현대가 오일뱅크 IPO 시 ‘구주 매출(보유 지분 매각)’로 확보할 수 있는 현금도 크게 감소하고, 오일뱅크 역시 신주 발행을 통해 들어오는 자금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번 상장 철회로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2019년에 이어 IPO 3수에 나섰다 고배를 마시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추후 상장을 통해 높은 몸값을 인정받는 것이 훨씬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 4월 한국거래소에 첫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했지만 유럽발 재정 위기로 증시 환경이 나빠지자 2개월 뒤 IPO 중단을 발표했다. 이후 2018년 재차 상장에 나섰으나 자회사 회계 처리 문제로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으면서 사실상 IPO를 취소하고 이듬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지분 17%를 매각하며 일부 필요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12월 오일뱅크는 다시 한번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하며 코스피의 문을 두드렸지만 10년 전과 유사한 악재들이 덮치며 또 상장 계획을 접게 됐다. 회사 측은 향후 상장 재추진 여부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상반기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현대오일뱅크마저 상장을 포기하면서 공모주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경기 침체 공포는 커지는 형국이라 상장을 준비 중인 쏘카와 컬리 등 기술주 및 성장주들의 공모 흥행 여부가 한층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까지 공모주 일반 청약을 실시한 발전소 정비 업체인 수산인더스트리도 현대오일뱅크의 갑작스러운 상장 포기 소식에 유탄을 맞아 최종 경쟁률 3.4 대 1의 극히 저조한 실적으로 마감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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