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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때보다 더 심각"…아파트 사려는 사람이 없다

상반기 아파트 거래 ⅓토막 7877건

매수 위축·금리 상승·대출 규제

3중고에 이달 지수 0.9로 떨어져

총 2만6000여가구인 목동지역

매매 49건에 그쳐 거래비율 0.2%

KB국민은행의 7월 서울 매매거래지수가 20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거래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23년째 공인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올해 단 한 건의 매매계약도 중개하지 못했다. 이 기간 전세 계약은 25건을 주관했지만 그 중 21건은 수수료가 거의 나오지 않는 재계약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매매를 중개한 것은 지난해 4월 15일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의 업소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A 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에도 매매 6건, 신규 전세 계약 27건을 중개했는데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그나마 우리 업소는 그동안 모은 자본으로 버티고 있지만 다른 곳은 정말 고사하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집값 고점 인식에 따른 매수세 위축과 금리 불확실성, 고강도 세제·대출 규제라는 ‘3중고’가 맞물리며 서울 아파트 거래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얼어붙고 있다.

25일 KB국민은행 7월 월간 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0.9를 기록해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7월 이래 가장 낮았다. 매매거래지수는 KB국민은행이 표본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거래 활발함의 정도를 설문 조사해 수치화한 것으로 값이 낮을수록 거래가 한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국 주택 시장을 강타한 2008년 11~12월 당시 최저 수준인 1.1을 기록한 후 약 15년 동안 1.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달 0.9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달 조사에서는 표본 중개업소 가운데 99.2%가 “거래가 한산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들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877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2만 5828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 시장 열기가 고조됐던 2020년(4만 3508건)과 비교하면 18.1% 수준에 그치며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상반기 거래량(3만 8338건)과 비교해도 5분의 1 수준이다. 이달 거래량은 이날 집계 기준 220건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각지에서는 총가구 수가 수천 가구에 달하는데도 상반기 거래량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1362가구 규모의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 6단지’에서는 올해 상반기 단 한 건의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다. 총가구 수 2만 6629가구인 목동 1~14단지를 통틀어서는 단 49건의 거래만이 나와 가구 수 대비 거래 비율이 0.2%에 그친다. 단지 규모가 3885가구에 이르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상반기 거래량은 9건이다. 부동산 자격증을 약 20년 전에 땄다는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도 상황이 심각하다”며 “지금처럼 거래가 적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꺾인 매수세가 집값 하락 가능성에 추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매도자들이 시세에 비해 크게 낮은 가격에 물량을 풀지 않는 한 거래절벽 현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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