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부지가 필요하다는 점은 태양광발전의 걸림돌 중 하나로 꼽힌다. 국토 면적의 65%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는 산림 훼손 없이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짓기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방안 중 하나가 ‘옥상형 태양광’이다. 전국 곳곳의 건물 옥상·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각각의 소규모 발전소가 모여 상당한 양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옥상 면적은 국토의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50년까지 옥상 면적의 25%만 활용해도 연간 발전량이 177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우리나라 총발전량(570TWh)의 31%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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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플랫폼 기업인 에이치에너지의 함일한 대표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공장 지붕에만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도 3GW의 태양광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3GW는 원자력발전소 3기에서 생산하는 전력과 맞먹는 양이다. 지난해부터 신규 상업 건물의 옥상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한 독일의 행보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다.
이 같은 롱테일(규모가 작은 80%가 덩치 큰 20%를 넘어서는 현상) 태양광은 옥상·지붕 외에 건축물 표면을 통해서도 구현될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발전(BIPV)’이 대표적이다. BIPV는 태양광발전 기능을 갖춘 건축 외장재로 서울 동대문 DDP나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신사옥 등에 적용됐다. 2024년부터 새로 짓는 민간 건물에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가 시행되면 BIPV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소규모 태양광발전소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도 눈에 띈다. 에이치에너지의 ‘모햇’, 루트에너지 등은 10만 원, 50만 원으로도 태양광발전소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함 대표는 “재생에너지는 이제 환경·시민운동의 영역이 아니며 석유에서 재생에너지로의 권력 이동은 이미 시작됐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앞으로 3~5년 사이 태양광발전소의 소유권이 정리가 될 텐데 시민들이 이를 소유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 형태의 투자 플랫폼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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