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모든 정부에서 바이오를 국가 주력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규제 혁파를 다짐했지만, 결국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새 정부도 '총력 지원'이라는 말보다 당장 올해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문 인력 100명을 뽑겠다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공약부터 만들어 실행하는 게 어떨까요."
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국내 최대 바이오 분야 네트워킹 행사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X) 2022’에서 국내 바이오산업의 역동적인 성장에 대한 호평과 함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이날 BIX2022 기조 강연에서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바이오산업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저마다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할 만큼 바이오 경제의 도래에는 이견이 없다"며 "국내 바이오산업도 1994년 생명공학 육성 기본계획 발표로 정부가 개입한 이후 연평균 7% 이상 성장했고 바이오시밀러 세계 시장점유율 60% 이상, 2021년 기술수출 13조 원 이상 등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생산 규모가 200조 원, 150조 원에 달하는 자동차, 반도체 산업에 비해 17조 4000억 원에 불과한 바이오는 아직 주력 산업은 아니다"라며 "주력산업이 되기 위해 5~10배 퀀텀점프를 해야 할 시점으로 민간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민간의 '10년간 13조 원 투자 계획'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보다 규제 개혁을 더 강하게 요구했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중국은 일반 기업의 법인세가 25%인 것과 비교해 하이테크 산업은 법인세가 15%”라며 "바이오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이 되는 4차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한정해 공매도 제한,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3000여 개의 국내 바이오 기업이 발전했지만 사실상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지 않아 성장의 한계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은 기업 상속으로 인한 지분 희석이 M&A를 막고 있어 관련한 적절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기술 중심의 바이오테크에 상속은 적용될 수 없는 개념"이라며 "지분율 중심의 경영 구조를 혁신하고 이사회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기관이나 국민연금에서 바이오에 전문화된 장기 펀드를 조성해 이사회에 참여하는 게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서울대에서 1만여 건의 바이오 특허를 낼 동안 미국 스탠포드대는 140개를 등록했다는 사례를 들며 "양보다는 질적 수준이 높은 특허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짧은 기간 모든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힘들고 오히려 식약처에 전문 인력을 대거 채용한 뒤 그들이 새로운 규제 시스템을 정립하는 게 규제 개혁의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BIX 2022는 한국바이오협회가 주최해 이날부터 5일까지 개최된다. 15개 국가 200개 기업이 참가했고, 350개 전시 부스가 운영되며 1만 명 이상이 참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한승 한국바이오협회장(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개회사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은 상반기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 15대 수출 통계에 당당히 진입했다"며 "바이오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알아보고 발전을 위한 방안들을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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