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도 하락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풀 꺾였지만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의 ‘주범’이었던 국제 유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해소 기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11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는 7월 PPI가 전월 대비 0.5% 하락해 2020년 4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월간 기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9.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6월(11.3%)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둔화했다.
물가 하락을 이끈 것은 전월 대비 9% 하락한 에너지 가격이다. 7월 CPI 역시 휘발유지수가 7.7% 떨어진 것이 상승률 둔화를 주도했다. 전미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이날 미국 평균 휘발유 소매가격은 갤런(1갤런=약 3.79ℓ)당 3.99달러로 3월 이후 5개월 만에 4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CPI 상승률이 1981년 이후 최고치(9.1%)를 기록했던 6월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최근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유가 재상승 가능성이 거론된다. 에너지애스팩츠의 암리타 센 이사는 “석유 시장이 최근 몇 주 동안 완화됐지만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공급이 빠르게 타이트해질 것”이라며 “11월이면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끝나고 12월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에너지 금수 조치 등과 맞물려 원유 공급이 매우 빠르게 부족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유럽을 덮친 이례적인 폭염으로 원유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며 올해 원유 수요 증가량을 기존 전망치보다 38만 배럴 많은 하루 210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9970만 배럴, 내년 수요는 하루 1억 180만 배럴이 될 것으로 각각 예측했다. IEA가 밝힌 수요 전망의 영향으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62% 오른 배럴당 94.34달러로 마감했다.
앤디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원유와 정제 제품의 선물 가격이 최근 바닥을 벗어났다”며 “휘발유 소매가 하락세가 곧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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