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채권자인 산업은행에 지연이자 196억 원을 받지 말라고 촉구했다. 산은이 1900억 원의 원금만 받는다면 340여 개에 달하는 중소 부품사의 변제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채권단은 산은이 지연이자를 탕감할 경우 현재 41% 수준인 실질 변제율이 4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쌍용차(003620) 노조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이 이자놀이를 중단하고 원금만 보장 받는다면 상대적으로 협력사들의 현금 변제율을 높일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노조는 “쌍용차 협력사는 법정관리 이후 2500억 원의 자재대금도 받지 못한 상태이지만 쌍용차의 회생을 믿고 납품을 이어왔고 KG그룹도 협력사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의 변제율을 높이기 위해 인수대금 이외 300억 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며 “쌍용차 임직원도 체불임금에 대한 자발적인 출자전환을 결정하며 회사 정상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산업은행은 1900억 원의 원금과 약 200억 원의 지연 이자까지 100% 변제 받는다”며 “KG컨소시엄의 인수대금 3655억 원 대부분을 산업은행의 담보채권 변제에 사용하다 보니 협력사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의 실질 변제율은 41.2%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26일로 예정된 관계인 집회가 부결되면 쌍용차와 협력사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산은이 신속하게 정책 졀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노조는 △지연이자 196억 원 전액 탕감 △원금 1900억 원 출자전환 △자동차 부품업체 지원 대책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산은에 전달했다.
이날 회견에는 상거래 채권단 박경배 대표와 최병훈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최 사무총장은 “저임금에 시달리며 쌍용차 토레스 개발에 열심히 노력했던 저희 채권단만 유일하게 피해를 보는 일이 벌어졌다”며 “과거에 비해 턱없이 낮은 회수율이 정해진 와중에 정부는 손해를 일절 보지 않겠다는 것이 이번 M&A의 특징”이라 비판했다.
채권단은 산은이 지연이자를 탕감할 경우 현재 41% 수준인 실질 변제율이 45%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앞서 KG컨소시엄은 유상증자로 300억 원을 추가 투입해 상거래 채권단의 현금 변제율을 약 14%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상거래 채권단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회생 계획안에 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대표단은 19일까지 찬성 위임장을 받아 26일 예정된 관계인집회 이전에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상거래 채권단이 사전에 전체 구성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받으면 법원은 관계인집회 없이 회생계획안을 심사하는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