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로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관계는 그간 냉탕과 온탕을 수차례 오갔다. 1992년 수교 이후 양국은 협력동반자 관계부터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까지 우호관계를 계속해 유지했지만 미중 간 신(新)냉전 심화로 위기도 맞았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지금도 일명 '3불(不)·1한(限)' 논란으로 계속되고 있다.
◇협력→협력동반자→전략적 관계…한중관계 훈풍=22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1992년 8월 24일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북방외교 아래 한중은 선린우호 협력관계에 합의했다. 당시 이상옥 외무부 장관과 첸지천 중국 외교부장은 베이징 영빈관에서 만나 △상호불가침 △상호내정불간섭 △중국의 유일합법정부로 중화인민공화국 승인 △한반도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원칙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교환했다. 1950~1953년 6·25 전쟁과 냉전 구도로 적대관계에 접어든 한중관계를 정상화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직접 중국을 찾아 수교협정에 서명하기를 희망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한국과의 수교 자체를 비밀리에 은밀히 진행했기 때문이다. 대신 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중국을 국빈 방문해 양상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외교지형을 다변화하려는 한국 측 전략과 1989년 6·4 톈안먼 사태 유혈진압 이후 국제적 고립을 탈출하려는 중국 측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점은 의의가 있어 보인다.
수교를 기점으로 한중관계는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발전을 지속했다. 1998년 11월 11~15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장쩌민 국가주석 초청으로 중국을 국빈방문해 한중관계를 '21세기의 협력동반자 관계'로 설정하는 데 합의했다. 선린우호 협력관계를 동반자관계로 격상한 셈이다.
이후 한중은 2003년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거쳐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당해 5월 27~30일 중국 베이징과 칭다오를 국빈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회담했는데, 이 전 대통령은 커지는 한중 교역량과 북핵 억제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10년 후 중국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까를 보고 도전해야 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망루외교'부터 사드 배치까지…위기 본격화=한중 밀월이 무르익는 사이 위기도 없지 않았다. 2002년부터 본격화한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 움직임은 국내 반중정서를 심화시켰다. 동북공정은 중국의 헤이룽장성·지린성·랴오닝성 등 동북 3성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중국 정부 연구 작업이었는데, 고구려를 중국으로부터 지배받은 지방 정권으로 주장하는 등 역사를 크게 왜곡해 논란이 됐다. 한국은 2004년 교육부 산하에 고구려연구재단을 설치, 2006년에는 동북아역사재단을 출범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2014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은 한중관계를 나락으로 끌어내렸다는 혹평을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과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섰다는 점에서 일명 '망루외교'로 알려졌는데, 이로 인해 한중 밀월에 대한 중국의 기대를 키우는 한편 미국의 우려에는 기름을 부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중국 측 우려에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결정하며 양국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박 전 대통령이 망루에 오름으로써 중국의 기대는 왕창 키워놨는데 그다음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던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미국 경사를 충분히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텐데 북핵 고도화로 사드 배치가 이뤄지면서 중국의 계산이 깨져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안 가느니만 못하게 돼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한중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라는 성과도 얻었지만, "한중관계는 사드 배치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이후 양국관계는 암흑기를 거쳐왔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가 자국의 안보이익을 훼손한다며 크게 반발했고 '한한령'을 통해 보복에 나섰다. 이때 중단된 중국인 단체관광은 아직도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가 최근 3불 요구를 재차 주장하며 한중관계는 여전히 험로를 걷는 모습이다.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금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으로 중국은 한중 간 합의라고 주장이지만, 한국은 문재인 정부 입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중국은 이달 9일 한중 외교장관회담 직후 3불에 더해 현 배치된 사드 운용 제한을 의미하는 '1한'까지 꺼내 들며 논란을 키웠다. 강 센터장은 "사드 배치 이후 한중관계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면서 "문제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강 센터장은 "한중이 사드 갈등을 돌파할 만한 공감대 내지 스토리가 없다. (외교당국은) 시진핑 주석 3연임 이후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등을 생각하며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