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와 세계 최정상급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가 오는 9월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동시에 개막하면서 한국 미술계가 사상 최대의 축제로 달아오른다. 프리즈는 이번 행사를 통해 처음 아시아에 진출한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이던 홍콩이 주춤거리는 동안 싱가포르와 일본이 그 위상을 차지하기 위해 애쓰는 상황에서 글로벌 아트시티로서 서울의 가능성이 시험대에 놓이는 셈이다.
프리즈에는 전세계 21개국 110여개의 갤러리가 참가한다. 토종 아트페어지만 국내 신흥 컬렉터들의 적극성에 힘입어 지난해 650억원의 최대 매출을 거둔 키아프에는 17개국 164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초대형 행사의 위성페어로 신설돼 인근 학여울역 세텍에서 열리는 ‘키아프 플러스’에는 11개국 73개 갤러리가 선보인다. 4~5일간 약 350개의 갤러리를 만나는 셈이다.
볼거리가 너무 많으니 관람 전략이 필요하다. 아트페어 관람에 앞서 어떤 갤러리가 참가하며 해당 갤러리가 독점적으로 선보이는 작품이 무엇인지를 알고 보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번 프리즈를 통해 세계 탑 갤러리인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즈워너, 레비고비와 3개 화랑이 연합한 LGDR 등이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다. 가고시안 갤러리는 전속작가 조나스 우드·우르스 피셔·에드 루샤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 전시 기회가 별로 없는 작가들이다. 조지 콘도를 대표작으로 내세운 하우저앤워스는 거장 필립 거스통과 루이스 부르주아의 귀한 작품들을 갖고 나온다. 역시나 국내서 쉽게 보지 못하는 것들이다. 리만머핀갤러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서도호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며 ‘서울’의 색깔을 강조할 계획이다.
프리즈 마스터즈는 말 그대로 교과서에서 볼 법한, 역사가 된 작가들을 보여준다. 전설적 화랑인 카스텔리 갤러리는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개인전을 꾸미는데, 그의 전성기 작품인 1980년대 작업을 집중적으로 선보여 화제가 될 전망이다. 파블로 피카소·앤디 워홀·윌렘 드쿠닝·로버트 라우센버그를 앞세운 애콰벨라 갤러리즈, 칼 안드레·솔 르윗 등의 그룹전을 꾸미는 폴라쿠퍼 갤러리도 만날 수 있다. 고미술 명가인 다니엘 크라우치 레어북스의 부스는 클래식한 예술을 나름 깊이 있게 아는 사람들이라야 즐길 만 하다. 한국에서는 갤러리현대가 곽인식·이승택·박현기 등 ‘한국 아방가르드’의 선구자들을, 학고재가 이봉상·류경채 등 20세기 추상거장들을 내놓는다.
프리즈와 같이 열린다고 해서 키아프를 얕봐서는 안된다. ‘서울 2호점’을 개관하는 페로탱, 서울 지점을 처음 여는 에스더 쉬퍼 갤러리는 양쪽에 모두 참가한다. 미국에서 오는 레이첼 우프너 갤러리, 한국에 지지 기반을 다진 페레스 프로젝트 등은 잠재력 큰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역량이 특히 뛰어나다. 키아프에 참여하는 국내 갤러리들은 국제 경쟁력 있는 한국 작가 소개에 전력을 쏟는다.
코엑스 전시장 안에서만 즐길 게 아니다. 주요 컬렉터와 유수의 미술관 관계자들이 입국하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는 키아프가 선정한 20개 갤러리의 특별전이 열린다. 출국길에 한번 더 볼 수 있게 전시는 9월 25일까지다.
들을 만한 강연도 준비됐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1일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아트 컬렉팅과 비즈니스’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연다. 미술관 컬렉션에 대해 마리아 발쇼우 테이트미술관 디렉터가 이야기 하고, 피노컬렉션 수석 큐레이터 캐롤라인 브루주아는 개인 수집품을 어떻게 사회와 공유하는지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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