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닮은 얼굴을 가진 이른바 '도플갱어'들이 유전적으로도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스페인 '호세 카레라스 백혈병 연구소' 연구팀은 얼굴이 닮은 사람들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들이 유사한 '유전자형(genotype)'을 공유한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 24일 생물학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실렸다.
연구팀은 1999년부터 도플갱어 사진을 모아온 사진작가 프랑수아 브뤼넬로부터 닮은꼴 얼굴 32쌍의 사진을 받은 뒤, 안면 인식 알고리즘을 이용해 얼굴 간 유사성을 분석했다.
먼저 32쌍 중 유사도가 더 높은 16쌍을 골라내고 이후 이들로부터 타액을 제공받아 DNA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생활 습관에 대한 광범위한 설문조사도 함께 실시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더 닮은 16쌍이 다른 16쌍에 비해 훨씬 더 많은 특정 유전자형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DNA 메틸화와 미생물 군집에는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특정 유전자형은 공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생체 매개변수에서 차이를 나타낸다는 뜻이다.
또 도플갱어들은 신장과 체중 등 신체적 특성이나 공부습관, 흡연 여부 등의 행동 패턴도 비슷했다.
연구를 주도한 마넬 에스텔러(Manel Esteller) 박사는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더 많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상식처럼 보이지만 결코 증명된 적은 없다"며 "이번 연구가 인간의 얼굴 형성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전적 특징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를 더 고도화하면 DNA로 범인의 얼굴을 추정하는 법의학이나 질병 진단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연구는 분석 대상이 제한적이고 유럽인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반화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도플갱어 간 유전자 상관관계를 분석한 이례적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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