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한필주. 뇌종양 말기 알츠하이머 환자입니다. 이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되었습니다”
“정체가 뭐예요? 도대체. 앞으로 몇 명 더 죽일 거예요?”
황정민, 강동원 주연 '검사외전'으로 970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일형 감독이 오는 10월 신작 <리멤버>로 돌아온다.
<리멤버>(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제작: ㈜영화사 월광)는 기억이 사라지기 전 복수를 끝내야 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와 영문도 모른 채 필주의 복수에 동참하게 된 청년 인규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성민과 남주혁의 세대를 뛰어넘는 버디 무비로 일찍이 기대를 모았다. 또한 <군도:민란의 시대>, <검사외전>, <보안관>, <돈>, <공작>, <클로젯> 등의 영화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을 만든 영화사 월광이 제작해 작품에 대한 신뢰를 더한다.
<리멤버> 측이 15일 공개한 포스터에는 복수극의 주인공인 '필주' 역 이성민이 총을 겨눈 모습과 그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20대 청년 '인규'로 분한 남주혁 그리고 권총을 든 '필주'의 손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살아온 세월이 진하게 남은 노인의 거친 손에 짙은 먹으로 문신된 '죽인다'는 뜻의 한자 殺(살), 그리고 처단해야 할 대상들의 한자 이름은 알츠하이머로 언제 기억을 잃을지 모를 '필주'가 복수의 대상을 잊지 않기 위해 새긴 기억의 환기 장치다. 이는 복수의 대상이 된 자들이 도대체 어떤 짓을 저질렀을지 궁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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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말기로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 순간, 평생을 기다렸던 만큼 단호하게 원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필주' 역 이성민의 모습은 노인과 총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으로 <리멤버>가 기존 복수극의 통념과는 다른 길을 간다는 점을 전한다. 또한 '필주'를 지켜보는 연민 가득한 '인규' 역의 남주혁은 할아버지와 손자 뻘인 이들의 세대를 뛰어넘은 동행이 어떻게 시작되었을지 둘의 사연과 케미스트리에 대한 궁금증을 더한다.
함께 공개된 예고편은 80대인 '필주'를 연기하는 이성민의 변신으로 눈길을 끈다. 구부정한 어깨, 느린 걸음걸이, 쉰 소리가 섞인 '필주'의 목소리는 이성민의 나이를 잊게 만드는 열연을 기대하게 한다. 원수의 이름을 부르며 총을 겨누는 초반의 '필주'와 달리 차분하게 “내 이름은 한필주, 뇌종양 말기 알츠하이머 환자입니다. 이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은 일제강점기 때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이들을 향한 그의 복수심과 오랜 세월만큼의 단호함을 전한다.
한편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경쾌하게 생일 축하 퍼포먼스를 할 만큼 젊은 감각을 소유한 '필주'의 면모는 원수를 처단하는 모습과 상반돼 반전 매력을 더한다. 그리고 '필주'의 복수에 영문도 모른 채 휘말려 동행하게 된 20대 청년 '인규'를 연기하는 남주혁은 [눈이 부시게],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의 전작에서 보여줬듯, 그만이 할 수 있는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과 연민의 힘을 선보인다.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해진 '필주'와 '인규'는 서로 "헤이 브로"라고 부를만큼 가까운 동료이자 절친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필주'의 부탁으로 '인규'는 드림카인 붉은 '포르쉐 911 카레라'를 운전하게 되고, 그 설렘을 만끽하기도 전에 '필주'의 살인 행각을 목격한다. 여러 감정이 얽힌 복잡한 표정으로 "정체가 뭐예요? 도대체. 앞으로 몇 명 더 죽일 거예요?"라고 묻는 '인규'의 질문은 관객의 궁금증과 긴장감, 공감까지도 대신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이 60여 년 전 일제강점기에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들을 찾아 기어코 복수한다는 설정, 실감 그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는 이성민과 세대를 뛰어넘어 교감하는 절친 케미를 보여주는 남주혁. 기억조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죽기 전까진 잊어선 안 될 필생의 복수에서 나오는 카타르시스를 보여줄 영화 <리멤버>는 오는 10월 26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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