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모(31)씨가 범행 당일 피해자가 예전에 살았던 집 근처인 서울 은평구 구산역 일대를 돌아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 14일 오후 2시30분께 전씨가 집에서 흉기를 챙기고 지하철 6호선 구산역 근처를 2시간가량 돌아다닌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전씨는 한 여성을 7분 가까이 쫓아다니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씨가 “피해자가 구산역 근처에서 여전히 살고 있는 줄 알고 근처로 이동해, 피해자와 닮은 여성을 따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전씨는 오후 6시께 구산역 역무실로 가서 자신을 ‘불광역 직원’이라고 사칭하며 내부망에서 피해자의 근무지와 근무 시간을 알아냈다.
전씨는 그 뒤로도 피해자의 옛 집 근처를 또다시 배회했지만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자 오후 7시쯤 지하철을 타고 신당역으로 간 것으로 파악된다. 신당역을 갈 때는 승·하차 기록이 남지 않는 일회용 승차권을 이용했다.
전씨는 범행 8시간 전에는 집 근처에서 본인 명의로 예금 1700만 원을 인출하려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인출 한도가 초과돼 실제 돈은 찾지 못했다.
신당역에 도착하고 1시간 10분간 피해자를 기다리던 전씨는 범행 30분 전 피해자를 한 차례 마주쳤고, 두 번째로 피해자를 만난 오후 9시쯤 범행을 저질렀다.
전씨가 범행 전 계획을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자 경찰은 전씨의 혐의를 특가법상 보복 살인으로 바꿨다. 보복 살인은 최소 형량이 ‘징역 10년 이상’으로, 살인보다 5년 이상 무겁다.
하지만 전씨는 경찰과 법원에서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고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의 우울증 등이 확인되면 사안에 따라 심신미약으로 인정해 형을 줄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경찰은 19일 피의자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전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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