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단체에 대북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살포자에 대한 수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보수 정부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인권 개선과 외부 실상을 북한에 전하기 위해 대북 전단 같은 수단이 필요하다는 기존 여권 내 주장과는 달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실현을 위해 북한과 대화 채널을 열어보려는 현 정부의 대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체의 대북 전단 등 살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며 “전단 등 살포 행위를 자제해줄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최우선 의무가 있다”며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해당 행위의 자제를 재차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전단 살포가 이뤄질 경우 수사 당국에서 해당 사항에 대해 조사하고 수사해나갈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당장 25일부터 시작되는 ‘북한자유주간’을 계기로 북한 인권단체 등이 대북 전단을 살포할 것으로 보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대북 전단이 살포되면 북한이 과거처럼 강도 높은 대응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20년 대북 전단 살포가 급증하자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14년 10월엔 경기 연천군 태풍전망대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탈북자 단체가 대북 전단 풍선을 날려보내자 북한은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10여 차례 발사하기도 했다. 대북 전단 문제로 남북 관계가 계속 악화하고 자칫 군사적 긴장까지 확대할 경우 현 정부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은 시작해보지도 못할 수 있다. 지난달 방한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대북 전단을 살포할 권리는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이나 안보상 이유로 제약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보수 정부에서는 이례적인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한 동력이 됐다.
다만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는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실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10일 육성 연설에서 재차 코로나19 유입의 대북 전단 책임론을 제기하며 “적들이 공화국에 비루스(바이러스) 유입을 행하는 경우 비루스는 물론 남조선 당국도 박멸”이라고 위협했다. 이와 관련 이 부대변인은 “북한이 코로나 확산 책임을 대북 전단에 전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과학적 근거가 없고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정부는 북한의 어떤 위협과 도발에 대해서도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