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무가’가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장르로 흥행을 노린다. 어떤 작품과도 견줄 수 없게 독특한 무당들의 프리스타일 굿판, 연기력 만렙 배우들의 호흡이 낯섦을 신선함으로 바꿨다. 극을 스타일리시하게 만든 힙합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MZ세대의 취향까지 저격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대무가’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한종 감독과 배우 박성웅, 양현민, 류경수, 서지유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무가’는 용하다고 소문난 전설의 ‘대무가’ 비트로 뭉친 신(神)빨 떨어진 세 명의 무당들이 각자 일생일대의 한탕을 위해 프리스타일 굿판 대결을 펼치는 통쾌한 활극이다. 프리스타일 굿판 대결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샤머니즘과 힙을 합친 ‘힙머니즘 엔터테이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작품은 당초 43분의 단편이었다. 류경수, 양현민, 서지유가 단편부터 함께했고, 장편으로 확장되면서 박성웅, 정경호가 새롭게 합류했다. 이 감독은 “이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하면 이게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며 “제대로 된 페이를 받지 않는 희생이 있어서 가능했던 작업이었다. 이렇게 갈 수 있는 사례가 없었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더 큰 의욕을 갖고 장편 작업을 시작한 이 감독은 이로써 ‘대무가’가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 됐다. 그는 “무당학원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시작해서 점점 미스터리를 풀어가면서 확대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질감이 없게 하려 집중하며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장르부터 배경, 스토리까지 생소하다. 무당학원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영업비기 대무가 비트를 중심으로 마성의 무당 마성준(박성웅), 스타트업 무당 청담도령(양현민), 취준생 무당 신남(류경수)이 모여 자신만의 스토리로 프리스타일 대무가를 완성시킨다. 이 감독은 “초현실적 장르에 관심이 많다. SF영화로 풀어내지 않고 현실에 맞닿아 있게 푸는 걸 원했다”며 “청년실업, 부동산 문제 등 각 세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그려냈다. 자아 찾기, 잃어버린 것에 대한 갈망, 어린 시절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빌런의 등장 등을 혼합해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장르에 현실감을 부여한 건 캐릭터다. 묵직한 존재감의 박성웅은 한때 스타였지만 신빨 대신 술빨로 버티는 유아독존 마성의 무당 마성준을 연기했다. 빌런 전문 배우 양현민은 밤거리 에이스에서 무당학원 에이스로 거듭난 청담도령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매 작품마다 신선한 얼굴을 보여주는 류경수는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다 무당의 길을 걷기 시작한 취준생 무당 신남 역을 통해 연기력이 폭발했다. 이들은 전형적인 무당 이미지를 탈피한 생계형 무당의 현실적인 모습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세 무당의 굿판 배틀은 하이라이트다. 이 감독은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헌선 교수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자문을 구하고, 현직 무속인들에게도 물어보며 밸런스를 맞췄다”며 “고증한 틀 안에서 스타일리시하게 뽑아보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속인마다 굿판이 다르다. 정해진 틀 외에 프리스타일이 있더라”며 “내가 해석한 굿판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독특한 초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감독이 그린 굿판을 눈앞에 그려낸 건 배우들의 힘이 컸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굿을 하며 랩처럼 대무가를 내뱉는 장면은 많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3개월간 배우들이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며 합을 맞춘 결과다. 이 감독은 “박성웅이 캐스팅된 다음에 첫 연습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희는 먼저 시작했고 이미 연습하던 도중이지만 난 너희에게 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라며 “정말 열심히 연습했고 촬영 없는 날에도 계속 연습했다. 서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었다”고 박성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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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웅은 “내가 새로 투입된 것이기 때문에 누가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단편 때 미리 준비해 놓은 것에 동등하게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며 “현장에서 계속 웃음꽃이 피었다. 웃음을 참는 게 제일 힘들 때도 있었다”고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다. 양현민은 “해보지 않았던 노래와 안무 등을 하는 게 힘들었지만, 배우들과 함께 연극하듯이 연습실에서 3개월 이상 생활한 것이 즐거웠던 기억으로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정경호는 극의 긴장감을 더하는 빌런 익수 역으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익수는 50억 원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행을 저지르는 피도 눈물도 없는 7구역 두목으로, 무당들을 이용해 일생일대의 한 판 승부가 걸린 굿판을 벌인다. 박성웅은 스케줄로 인해 이날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정경호를 대신해 “정경호는 나 때문에 ‘대무가’를 하게 됐다”며 “경호에게 '이 작품에 빌런이 하나 있는데 이걸 누구에게 줘야 할지 모르겠다' 하니까 '내가 한 번 보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 대본을 보더니 바로 미팅하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정경호는 정말 좋은 사람이자 멋진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정경호가 이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을 보여줬는데 어떻게 관객들에게 보여질지 궁금해하고 있다. 세 명의 무당의 이야기인데 본인이 함께 참여해서 밸런스를 깨트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갖고 있더라”며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고 전했다.
작품 속 대무가는 래퍼 타이거JK, 넉살, MC메타가 작업했다. 마치 힙합 배틀처럼 보이는 굿판에 힘을 보탠 작업이다. 이 감독은 “각 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세 분에게 영화 가편집본을 보내줬다. 흔쾌히 영화를 좋게 보고 참여 의사를 밝혀줬다”며 “작업을 하는 와중에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우리 영화의 상승효과를 준 것 같아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직접 작업에도 참여한 양현민은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적고, 떠오르는 대로 음을 내뱉었다. 감독님이 다르게 해보자고 하지 않고 그대로 썼다”며 “내가 작사 작곡을 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나는 믿고 뱉었던 것이다. 독특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선한 ‘대무가’는 관객들의 평가만 기다리고 있다. 박성웅은 “나도 아직 무슨 장르인지 모르겠다”며 “종합선물세트 같은 장르다. 과자도 있고 사탕도 있고 목 막히면 음료수도 있는 장르의 영화”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뜻깊은 작품이다. 가족처럼 지내기도 한다”며 “‘대무가’의 ‘가’가 노래 가가 아니고 집 가 같다고 하기도 했다. 괜찮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의미를 되짚었다.
양현민은 “영화가 개봉한 이후 반응이 정말 궁금하다. 어떤 장르로 볼지 궁금하다”며 “상영을 오래 해서 오랫동안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류경수는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작품이다. 즐겁고 행복하게 찍었는데 그 기운이 관객들에게 꼭 전달됐으면 한다”며 “유쾌하고 시원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는 10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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