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예상대로 3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어요. 연준의 발길질에 아픈 사람 한둘이 아닙니다. 특히 다른 투자 대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큰 암호화폐를 소유한 투자자들은 ‘맴찢’. 그러나 이 시국에 남몰래 웃는 이들도 분명 있습니다. 비트코인 하락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입니다. 솔깃하실 분들을 위해 코주부에서 ‘요놈’의 정체와 투자전략 등을 짚어드리겠습니다.
크립토 겨울이 기회…비트코인 인버스 ETF에 자금 쏠려
지난 6월 2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비트코인 인버스 ETF가 처음으로 상장됐습니다(캐나다 증시에도 비슷한 상품이 있지만 이번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얘기만 하겠습니다. 비트코인 ETF 투자 심화편은 다음 기회에). 상품명은 ‘프로셰어스 숏 비트코인 스트래티지(BITI)’. 비트코인 선물과 연동돼 있고, 선물 가격이 내려가면 가격이 오르는 구조입니다. 해당 상품이 출시된 6월은 ‘크립토 겨울’이 본격화하는 시기였죠.
지난해 11월 7만 달러 가까이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은 반토막이 난 상태였고, 나머지 코인들도 추풍낙엽 신세였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승인을 해준 겁니다. 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고려해 투자자들의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ETF가 필요하단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했습니다. 상장 당시 556만7926달러(약 78억3908만 원)였던 운용 규모는 이달 21일 기준 9768만8192달러(약 1375억5474만 원)로 17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난 달 초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지금쯤 10%가 넘을 겁니다. 이 상품이 나오기 전까진 미 증시엔 비트코인 선물이 오르면 가격이 뛰는 ‘정주행’ ETF만 상장돼 있었는데, 이제는 코인 하락에 대응할 수단이 생긴 셈입니다.
도대체 왜 떨어지는 건데?
겨울이 너무 긴 거 아냐? 이런 생각 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핵심만 짚어볼게요. 떨어지는 이유를 알아야 대응을 할 수 있으니까요. 주범은 미 연준입니다. 지난 3월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2년 만에 ‘제로(0) 금리 시대'가 끝났음을 알렸습니다. 이후 5월 0.5%포인트, 6월·7월·9월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씩 기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습니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투자자들이 리스크가 큰 암호화폐 대신 안전하면서도 금리 인상으로 수익률이 높아진 채권 등으로 갈아타기 시작한 겁니다.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 사이 ‘동조화’ 현상도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미 주식 하락의 기저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 혼자 나홀로 오름세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 셈이죠.
비트코인 반감기에 따른 ‘하락 사이클’도 가격 하락을 이끌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비트코인은 4년에 한 번씩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맞이하는데요. 공급량이 줄고 채굴에 필요한 전력과 비용이 늘어나면서 반감기 직후에는 가격이 급등합니다. 하지만 반감기 이후 2년부터는 급등한 가격이 다시금 꺼지는 현상이 2012년 이후 주기적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반감기는 2020년 5월이었죠. 딱 2년이 지난 지금, 비트코인 가격이 구조적으로 하락할 시점이라는 분석입니다.
인버스 ‘존버’해도 되는 겁니까?
일단 대부분의 전문가는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당분간 크립토 겨울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언제까지일지는 오직 신만이 알겠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를 확인하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연준은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한 지금의 긴축 기조를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이 때문에 물가 지표의 개선이 없는 한 하락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무작정 기다려? 비트코인 가격 지지선을 잘 확인하면 추세 전환 시기를 대충은 예측할 수 있어요.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에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지지선은 1만7500달러, 1만5500달러,1만2000달러에요. 투자전략을 짜본다면 각 지지선에서 더 떨어지지 않고 가격이 오르면 매수, 떨어지면 인버스에 투자하면 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5월 자이언트 스텝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지 한달 만에 입장을 바꿨죠. 그만큼 정확한 예측은 어렵습니다. 심장이 약한 에디터는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장에서 일단 지켜만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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