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뿌리기만 했는데 옷이 됐다."
파리 패션위크 무대에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스프레이 옷’이 등장해 화제다.
3일(현지시간) CNN·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2023 봄/여름(SS) 파리 패션 위크의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패션브랜드 코페르니의 쇼를 꼽았다.
지난달 30일 열린 코페르니의 쇼 마지막 무대에는 유명 모델 벨라 하디드가 등장했다. 하디드는 런웨이 한가운데 속옷 차림으로 등장한 뒤 멈춰 섰고 이후 스프레이 건을 손에 든 두 명의 남성이 그에게 무언가를 분사하기 시작했다. 약 9분이 지난 뒤 하디드의 온몸을 덮은 하얀 섬유는 하나의 천으로 변했다. 해당 소재는 실크나 면처럼 보였지만 만지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었다.
이후 무대에 등장한 코페르니의 디자인 책임자 샬롯 레이몬드는 하디드의 팔과 목 가장자리에 묻은 섬유들을 정리하고선 준비한 가위를 꺼내 원피스 하단에 트임을 만들었다.
속옷 차림으로 처음 등장했던 하디드는 어느새 자신의 몸에 딱 맞는 화이트 슬립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됐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패션잡지 보그는 "완성된 옷을 걸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신인류 비너스의 탄생을 보는 듯 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패션쇼에 사용된 원단은 '패브리칸(Fabrican)'이다. 스페인의 의류 디자이너이자 박사인 마넬 토레스(Manel Torres)가 개발했다. 이 물질은 스프레이 안에서는 액체 상태를 유지하다가 몸에 닿는 순간 섬유로 바뀐다. 게다가 다시 원액으로도 되돌릴 수 있는 친환경 물질이다.
코페르니의 공동설립자 세바스티앙 메이어(Sebastien Meyer)와 아르노 베일랑(Arnaud Vaillant)은 "해당 드레스는 일반 드레스처럼 보관하고 옷걸이에 걸어둘 수 있고, 더 이상 입고 싶지 않다면 드레스를 다시 액체에 담군 뒤 뿌릴 수 있다"며 "패션 역사에 기록될 순간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디드 몸 위에서 제작된 드레스는 판매되지 않고 코페르니 쇼룸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한편 ‘코페르니’는 태양중심설을 주장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에서 이름을 따온 브랜드다. 아이폰의 스와이프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스와이프 백’을 사과 가죽으로 만드는 등 기술과 패션의 접목에 앞장서 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