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태권도 도장에서 근무하는 30대 남성이 14세 제자와 성관계한 사실이 밝혀져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남성의 수법이 전형적인 그루밍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전파를 탄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양(14)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태권도 도장 사범 B씨(32)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A양의 어머니는 해가 지면 귀가하던 A양이 올해 초 태권도장에 등록한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양의 귀가 시간은 점점 늦어졌고, 지난 여름에는 가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A양의 어머니는 연락이 끊어진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B씨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B씨는 “잘 모르는 일이다. 그냥 경찰에 신고를 하시고 문제가 있으면 따로 얘기하셔야지 이러시면 곤란하다”고 했다.
이어 담임선생님에게 상담을 부탁한 A양의 어머니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A양이 B씨와 몇 차례 성관계를 했다는 것이다.
A양의 어머니는 B씨를 찾아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맞냐고 물었고, B씨는 무릎을 꿇은 채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A양도 저를 잊지 못하고 저도 A양을 잊지 못해서 미치겠다.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A양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한 이후 B씨는 입건됐지만 A양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A양의 어머니는 “그 사람이 당장 감옥에 가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A양은 B씨와의 관계가 처음에는 강압적이었다고 표현했다. A양에 따르면 B씨는 ‘태권도 끝나고 맛있는 걸 사주겠다’며 단둘만 남은 틈을 타 A양을 탈의실로 끌고 가 강제로 추행했다. A양은 “사범님이 바지를 벗을 때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성관계를 할 뻔했는데 안 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이후 B씨는 A양에게 ‘좋아한다’는 문자를 계속 보냈다. A양은 “처음에는 불편했는데 점점 갈수록 편해졌다”며 지속되는 연락에 자신 또한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가 애정을 가장하며 연락을 취했던 학생은 A양만이 아니었다. 그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아한다”, “따로 만나자”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은 “둘이서만 있을 때 그런다”, “거절 못 할 것 같은 애들만 골라서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B씨는 지금도 자신이 근무 중인 태권도장에 찾아온 SBS 취재진에 “어른으로서 그러면 안 되고 제가 다 책임지고 처벌받을 것”이라며 “A양만 피해 안 가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취재진 앞에서의 행동과는 다르게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B씨는 A양에게 “폰 절대 뺏기지 말고 비번 자주 바꾸고 대화 내용 지우고”, “만난 적 절대 없다고 해” 등 메시지를 보냈다.
A양은 여전히 사랑한다는 B씨의 말을 믿고 자신 또한 그를 사랑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B씨의 수법이 그루밍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그루밍 범죄의 패턴이다. 여러 타깃에 덫을 뿌렸다가 걸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더 그루밍 전략을 많이 쓰는 것”이라며 “돌봄을 주고 친밀감을 형성해서 그것을 대가로 성적인 요구에 순응하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선경 변호사 또한 “너무나 명백한 미성년자 의제 강간 사건”이라며 “의제 강간에서 중요하게 보는 건 어쨌든 아이가 몇 살인지 알고 있었느냐다. 그것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의제 강간의 고의는 인정된다”며 “태권도 사범으로 아이가 몇 살인지, 몇 학년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자의 고의는 명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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