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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은 족장 무덤일뿐’ 잘못된 고정관념…세계 6대 문명 증거”

■고인돌학술제 새 연구결과 발표

한반도, 세계 최대규모 거석 유적

철학·천문·문화 등 종합박물관

BC 6000년까지 축조연도 상향

춘분과 추분의 일출 방향에 맞춰 설계된 고창의 고인돌. 하지나 동지의 일출 방향에 맞춰 설계된 고인돌은 따로 있다. 사진 제공=유기상 전북문화재연구원 고문




"일제강점기부터 고인돌이 그저 청동기시대 족장 무덤이라는 잘못된 가설이 지배하면서 우리 고대 문명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인돌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실상 한반도가 세계 6대 문명에 포함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에요.”

이달 8일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이 밀집돼 있는 전북 고창에서 열린 ‘고인돌 학술제’에서 연구자들은 고인돌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체 관측 기구이자 천제단이라고 발표했다. 고인돌이 청동기시대 이전으로 훨씬 거슬러 올라가 세계 6대 문명이 꽃핀 ‘삶의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조강환 장지연기념사업회장은 “고창 고인돌은 세계 6대 문명에 해당하는 ‘문명의 요람’”이라며 “세계 최고의 거석 문명을 일군 고대 한반도 문명의 발상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BC 3000년 전후 신화, 역사 체계, 성문법, 문자, 계획도시 등 ‘문명의 요람’으로 보기 위한 여러 기준 가운데 청동기 문화의 유무가 주된 기준으로 인식돼왔다”며 “최근에는 석기시대에 머물렀던 아메리카 문명까지 5대 문명으로 인정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세계 거석 유적(고인돌·선돌·환상석·열석·피라미드 등)의 50% 이상, 고인돌 유적의 60% 이상을 보유해 6대 문명에 포함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재 남아 있는 고창 고인돌은 2000여 기로 2000년 전남 화순과 강화도 고인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여름 농사철에 나타나는 남두육성의 별자리가 새겨진 고창 고인돌.


이병렬 고창문화연구소 사무국장은 “고창 송암마을 고인돌 유적을 예로 들면 춘하추동 일출 방향을 관측한 것을 볼 수 있다”며 “고인돌은 가장 오래된 천문 관측 기구이자 천제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별자리를 다룬 천문도(천상열차분야지도·소주천문도·서양별자리)를 고창 고인돌 유적이 표시된 현대 지도와 비교한 결과 동양의 별자리 체계인 삼원(三垣, 자미원·천시원·태미원)의 개념과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삼국사기 등에 기록된 천문 기록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도 이날 ‘선사시대 인류의 천문 지식과 고창 고인돌 유적에 나타난 별자리 과학’을 발표했다.

특히 고창 고인돌 유적이 BC 6000년부터 소빙하기가 절정이던 BC 600년까지 조성된 유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는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지식포털에 등록된 고인돌 유적 발굴 자료를 근거로 선사시대 지구의 기온과 해수면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정병우 우리역사연구소장은 “BC 5000년까지 상향된 유럽의 고인돌 유적과 비슷한 시기이거나 그 이전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 한반도와 요동반도, 옛 고조선 영역에서 고인돌이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고창에 남아 있는 2000여 기의 고인돌이 고창운곡람사르습지의 세계 최대 규모 고인돌(300톤)을 북극성으로 간주하고 하늘의 별자리와 일출 방향에 따라 위치가 결정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도.


신범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고창 고인돌의 암각화를 소개하며 싱가포르 비엔날레(2022년 10월 16일~2023년 3월 19일)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기상 전북문화재연구원 고문은 “앞으로 영국 센트럴랭커셔대의 비키 커밍스 교수 등 해외 고인돌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국제 학술제를 개최할 것”이라며 “한국이 거석 문명의 종합 박물관이고 이 중 고창이 고대 한반도 문명의 표본이라는 점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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