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쫄깃한 서스펜스 스릴러의 탄생이다. 영화 ‘자백’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살아 숨 쉬고,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다.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자백’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배우 소지섭, 김윤진, 나나와 윤종석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백’은 하루아침에 내연녀 김세희(나나)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된 유민호(소지섭)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찾는 이야기다. 양신애와 유민호는 진술에서 발견되는 허점을 메워가며 사건을 재조합하며 날카로운 긴장감을 조성한다.
작품은 반전으로 몰입도를 높인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가 원작이다. 윤 감독은 리메이크하며 원작과 결말을 다르게 했다. 그는 “원작 자체가 제목만 들어도 결과까지 바로 알 수 있는 아이콘 같은 반전 영화라 부담스러웠다”면서도 “원작은 장르에 충실하게 완성도 있게 만들어져 있는 영화이지만, 감춰져있는 진실이 마지막에 공개되는 바람에 좋았던 시퀀스들이 반전을 위해 희생되는 느낌이 있었다. 정보가 노출되는 구조를 바꿨다”고 밝혔다.
윤 감독이 리메이크를 결심했던 이유 중 가장 큰 포인트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이다. 그는 한 번의 선택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 캐릭터들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그는 “캐릭터의 깊이에 대해 영화적인 체험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거기서 나오는 유민호의 딜레마, 그리고 약자의 힘을 생각하며 연출했다”며 “구조에 갇혀있었다면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은 유민호와 양신애의 치열한 대화다. 별장 안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이야기만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하며 추리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소지섭과 나나는 같은 상황에서 상반된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소지섭은 “쉽지 않았고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이해하기도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감독님이 오랫동안 작품을 준비하고 계산이 돼있는 상태라 도움받으면서 했다”고 공을 돌렸다. 나나 역시 “김세희가 유민호를 어떻게든 이끌고 가야 하는 상황을 리허설할 때 감독님이 ‘이전에 연습한 건 다 잊어버리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해보라’고 하더라. 경험이 적은 때라 두려웠지만 감독님이 나만의 연기의 틀을 깰 수 있게 망치를 쥐어줬다”고 감사를 전했다.
김윤진이 연기한 양신애는 유민호 앞에서 가면을 쓰고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그는 “1인 2역을 하는 느낌으로 역할에 임했다”고. 어떤 작품보다도 사전에 파트너인 소지섭과 호흡을 맞춰볼 기회가 많아 도움이 됐다. 소지섭은 “김윤진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대본을 통째로 외우기도 한다. 순간순간 감독님이 원하는 정서에 맞게 감정 조절을 하는 걸 보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에 김윤진은 소지섭이 연기에 몰입했던 날을 떠올리며 “소지섭을 보면서 온몸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몰입이 됐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라며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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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감독이 의도한 작품의 메시지는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딜레마다. 유민호의 얼굴에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윤 감독은 “유민호의 얼굴에 많은 여운을 남기고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기 바랐다”며 “유민호가 악역이냐고 물어보면 난 유민호를 악역으로 두고 작업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이어 “해외 영화제에서 어떤 분이 ‘자백’을 두고 ‘불륜, 사고, 목격자 같은 소재가 드라마 같고 안방 느낌이 난다’고 하더라.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은 개연성”이라며 “비극으로 가는 열차를 탄 것이고 그 비극을 막기 위해 계속 더 큰 잘못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상황에 놓여진 배우들은 감정적으로 힘들 때마다 캐릭터에 몰입했다. 소지섭은 “과연 그런 선택이 주어졌을 때 나였으면 어땠을지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김윤진은 “‘자백’은 선택과 대가에 대한 영화”라며 “이 세상에 단 한 명만 사랑하면 그 사람은 온전할 거라는 말이 있지 않나. 사랑의 힘, 사람의 무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이걸 지루하게 풀지는 않는다. 재미있고 쫄깃하게 풀어서 나도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자백’은 2년 전 촬영 마쳤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개봉을 연기해왔다. 윤 감독은 “영화를 볼수록 작업을 다시 해야겠다는 지점이 늘어난다. 아쉬운 부분만 보이는 것 같아 걱정도 많이 했다”고 솔직한 소회를 밝히며 “이제 시작인 것 같아 기대도 많이 된다”고 감격했다. 그러면서 “원작을 본 분들, 안 본 분들에게 모두 흥미를 던져주는 영화였으면 한다. 독자적인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 배우들의 얼굴을 담고 편집하는 게 멋진 경험이었다. 그런 부분들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배우들도 남다른 기분이다. 만족스럽고 자부심이 느껴지는 작품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소지섭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렇게 관객들 만나게 된 자체가 기쁘다. 스릴러 장르를 처음 했는데 다행히 나의 낯선 모습들이 보인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며 “재밌는 장르인 것 같다. 또 한 번 해봐야겠다”고 했다.
나나는 “처음 영화를 보고 너무 놀랐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감독님께서 정말 멋있게 만들어 줬더라”라며 “김윤진, 소지섭 선배님과 함께 스크린에 나오는 모습이 감격스럽고 감사했다. 소지섭 선배님은 앞으로 스릴러 장르만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말 매력적이었다”고 치켜세웠다.
김윤진은 “영화가 끝나고 셋이서 ‘우리 어렸었다. 2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지?’라고 했다. 나나가 아까 자기가 어렸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만큼 빨리 보여주고 싶었지만 안전한 상태로 관객들을 만나는 게 중요한 부분이었으니 지금 개봉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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