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17일(현지 시간) 잇따라 이란을 겨냥한 제재를 예고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란이 러시아에 ‘자폭 드론’을 판매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격화시킨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자국 내에서는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를 계기로 시작된 시위를 가혹 진압해 연일 사상자를 내며 국제사회의 문제아로 등극해 빈축을 사고 있다.
베탄트 파텔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민간인 지역을 공습할 당시에 이란제 무인항공기(UAV)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231호에 대한 위반이라고 공식 평가한 영국과 프랑스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해당 결의안은 이란에 대해 미사일과 드론 등 첨단 군무기와 관련 기술에 대한 금수조치 기한을 2023년 10월까지로 설정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도시 곳곳에서 자폭 드론이라 불리는 ‘샤헤드-156’ 등 이란제 UAV의 잔해가 발견되며 두 국가 사이의 무기 거래가 확실시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추가로 판매 예정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러시아의 무기고 역할을 하는 이란을 향해 비판이 거세졌다.
이에 파텔 대변인은 “이란-러시아 간의 무기 거래 또는 UAV·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하는 이들은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은 가해자에게 조치를 취하고 제재를 부과하는 데 망설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러시아로 이란제 UAV를 운송한 항공사와 관련 연구·개발에 참여한 기업을 제재한 데 이어 추가 제재를 예고한 것이다. 그는 “러시아와 이란의 동맹 심화는 전 세계에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백악관도 “이란이 계속 거짓말을 한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이란제 무기가 사용됐다는 광범위한 증거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열린 27개국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대이란 제재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복장 단속 및 시위 진압에 관여한 정부 인사 11명 및 4개 기관의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 블랙리스트에 올려 여행 금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복장 불량을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 끌려간 여성이 조사 중 의문사한 뒤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자 총을 쏘고 통신선을 끊는 등 정부의 폭압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로이터는 “이란의 무기 제공 의혹과 관련된 제재 방안 역시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면서 향후 안보리 결의안 위반 여부를 추가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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