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된 자금 전달 관련 메모의 작성 시기가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수사를 피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인 지난해 9월 중순인 것으로 파악됐다. 남 변호사 측 이 모 씨가 이른바 ‘보험용’으로 작성한 메모가 향후 검찰 수사에서도 혐의를 밝히는 ‘트리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해당 메모가 작성된 시기를 지난해 추석 직후인 9월 중순께로 파악했다. 이는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 즈음이자 남 변호사가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한 시기다. 당시 남 변호사는 출국 후 검찰 조사에 불응해오다가 검찰·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등 조치에 따라 지난해 10월 18일 자진 귀국했다. 최근 검찰이 확보한 메모에는 남 변호사 측이 김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한 시기는 물론 전달 상소, 금액 등까지 꼼꼼히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당 메모는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 대장동팀 진술과 함께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시도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남 변호사 측이 작성한 메모가 김 부원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핵심 열쇠’로 작용할 경우 김 부원장의 윗선에 대한 검찰 수사에 물꼬가 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데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로부터 ‘김 부원장이 대선 자금 명목으로 20억 원가량을 요구했고 이에 현금 8억 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진술·메모를 토대로 남 변호사가 마련한 8억 원 가운데 1억 원은 유 전 본부장이 사용했고 1억 원은 김 부원장이 돌려줘 최종 전달된 돈은 6억 원이라는 상세 내용도 파악했다.
이에 대해 김 부원장은 “사실무근”이라며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으나 해당 메모가 검찰 수사 확대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원장이 구속될 경우 검찰의 칼날이 이 대표와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까지 직접 겨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자금 용처를 대선 자금용으로 의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수사는 당시 돈을 관리하거나 ‘어떻게 쓰라’고 지시한 쪽으로 집중될 수 있다”며 “검찰이 2014년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 등 민간 업자로부터 1억 원을 받아 김 부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알려진 만큼 수사 범위가 당시 선거로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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