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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병원 욕받이"…실습생부터 시작된 간호조무사의 '굴레'

특성화고노조, 실습생 실태조사보니

5명 중 1명꼴 부당지시…청소·빨래 맡겨

780시간 의무실습 탓…85% "견딘다"

간호조무사 합격해도…근로조건 열악

2020년 6월 27일 간호조무사 응시생들이 서울 한 고등학교에 설치된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에서 욕받이처럼 취급돼요"

"직원 텃세도 심하고 청소만 했어요"

"이건 실습이 아니라 무임금 노동이죠"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이 19일 연 간호조무사 현장실습생 보호방안 토론회에서 공개된 실태보고서에 담긴 실습생들의 말이다. 이들이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780시간'은 '인권사각지대'와 다를 바 없었다. 문제는 이들이 바라는 간호조무사가 되도 열악한 근로 환경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다.



토론회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실습생 5명 중 1명꼴로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았다. 5월10일부터 19일간 3년 이내 실습생 경험자 60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8.9%는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잡무, 허드렛일, 직원 개인 심부름, 청소, 빨래 등이다. 72.5%는 현장실습 의료기관에서 별도 지급하는 실습지원비를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의 불만은 '교육보다 노동에 가깝다'는 질문에 63.3%가, '무임금은 잘못이다'는 질문에 71%가 동의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부당업무지시에 대해 대응을 묻자, 85.1%는 "참고 견뎠다"고 답했다. 병원에 문제제기 한 응답자는 없었다.

실습생이 부당한 처우를 스스로 바꾸지 못하고 감내하는 이유는 780시간 실습을 해야 간호조무가가 되기 때문이다. 실습과 740시간 이론교육을 받아야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 시험 응시가 가능하다. 실습생 규모는 매년 4만여명으로 추정된다.

더 큰 우려는 실습생이 꿈꾸는 간호조무사도 근로조건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2020년 발표한 근로조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61.9%는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아래였다. 최저임금 이하 임금을 받는 근로자 중에는 10년 이상 경력자가 48.5%나 됐다. 이들이 의료현장에서 부당 지시, 인격 무시, 격무 등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습생 단계부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간호조무사 처우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보고서는 실습생 보호 방안으로 이들에 대한 노동관계법 적용을 제안했다. 실습생도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으면 최저임금 보장, 산재보험 적용, 부당한 실습 계약 해지 금지, 직장 내 괴롭힘 시 대응 등 근로 안전망에 들어온다. 780시간인 실습교육 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습생을 취지와 달리 병원의 인력난을 해소하거나 단순 노무인력처럼 여긴다면 시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처럼 실습교육을 자격시험 선조건으로 두지 않고 자격시험 합격자만 실습을 하도록 순서를 바꾸는 안도 제안됐다. 최서현 특성화고노조 위원장은 "실태조사를 통해 ‘실습생은 국가가 허용한 노예와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실습생은 임금을 지급받고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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