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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 성장이 블록체인 성장의 필요충분조건…"법인 참여 절실"

사진 제공=연합뉴스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법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다각도로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국내 법인의 암호화폐 시장 참여가 가능해질 경우 2030년까지 46조 원의 경제적 가치와 15만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25일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산하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내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새로 창출한 일자리는 지난해 기준 약 4만 5642개로 추정됐다. 블랙록자산운용, 테슬라 등 자산을 암호화폐에 투자한 기업은 제외한 수치인만큼, 이로 인해 파생된 일자리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은 암호화폐 산업에 투자해 본업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일례로, 글로벌 결제 기업 페이팔은 지난해 4월부터 간편송금 서비스 벤모(Venmo)에서 암호화폐 거래 및 결제를 지원하는 ‘크립토 온 벤모’ 서비스를 출시했다. 같은 해 암호화폐 수탁사 커브(Curv)를 인수한 페이팔은 올해 초 자체 스테이블 코인 출시 계획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잉여 자산 및 현금으로 암호화폐를 보유한 기업도 많다.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 제공업체 비트코인트레저리스에 따르면 미국의 IT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는 현재 총 13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다. MSTR은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미국 외 캐나다의 ‘헛 8 마이닝’, 독일의 ‘비트코인 그룹’, 일본의 ‘넥슨’, 노르웨이의 ‘아케르 ASA’ 등도 비트코인을 1000개 이상씩 보유 중이다.



전 세계 기업들이 미래 유망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전무하다시피하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하 ‘특금법’)에 법인의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 등을 제한한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지만 사실상 금지된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은행이 법인 고객은 받지 않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관련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빗과 제휴를 맺은 신한은행은 올해 4월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고객사 중 10여개 법인에 암호화폐 거래 계좌를 발급해준 바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기관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나 신한은행은 한 달도 안 돼 법인 계좌 제공을 잠정 중단했다. 당시 암호화폐 및 금융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의 부정적인 시각이 계좌 발급 중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14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전통적으로 한국 금융 산업 전체를 지배해온, 법적 근거 없이 행사하는 행정지도가 신생 산업인 가상자산 업계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며 “이 제약을 피하기 위해 가상자산 사업 진출에 뜻을 품은 국내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가상자산 사업 투자에서 파급되는 경제 효과는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때 암호화폐 업계는 국내 법인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이 허용될 경우 수십조 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투자자 보호 기조도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 센터장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2030년까지 46조 원의 경제 가치와 1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는 민간 기업의 가상자산 산업 진출을 전제로 하며, 이를 위한 가상자산 취득 및 현금화 지원은 필수”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법인 투자자, 특히 자산운용 전문 노하우를 갖춘 자산운용사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은 시장 참여자의 질을 높여 개인 투자자 보호 효과를 촉진시킬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연구계에서는 일반 법인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암호화폐 시장 참여도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13일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사업 현황’ 보고서를 내고 “테라·루나 사태로 촉발된 가상자산 가격 폭락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사업 추진은 일정 수준 속도 조절이 예상되지만 그 모멘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상자산 생태계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국내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기술 경쟁력에서도 뒤처지고 사업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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