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와 관련, 사고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사고 지역에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신고를 받고도 구급차 등이 현장에 도착하기 어려운 데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도 사고가 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30일 오전 YTN ‘굿모닝 와이티엔’에서 진행한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 교수 인터뷰에서 염 교수는 “(사고 현장이) 하필 비탈길 내리막길이었고, 뒤에서 사람들이 밀려 넘어지면서 쌓여서 압박할 수밖에 없었다”며 “자기 힘으로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밑에 있는 분은 엄청난 무게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해밀턴 호텔 옆 골목길에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인원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움직일 수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한 분이 넘어졌고 사람들이 차곡차곡 넘어지면서 쌓이는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며 “소방당국이 신고를 받고 빨리 출동하려 했지만 이태원 근처 도로 상황도 마비가 돼 소방에서 재난 3단계, 대응 3단계까지 올려서 출동했다”며 사고 당시의 다급했던 상황을 분석했다. 현장에 인력을 투입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구조대원을 자처하며 소방대원과 함께 심폐 소생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염 교수는 압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압사가 되면 쇼크가 오고 숨을 쉴 수가 없는 심정지 상태가 된다, 심정지에는 온 몸에 피가 안 돌고 뇌혈관에도 혈액 공급이 정치된다”며 “의료계에서도 골든타임을 4분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4분 내에 심장박동이 돌아오게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시민들이 (심폐소생을 위해) 노력했고, 소방대원도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은 사고 지점의 경사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30일 SBS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사람을 50kg 정도로 보고 100명이 있으면 5t(톤) 정도가 되는데 이 중 한 사람이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계속 무너진다”며 “무너지기 시작하면 관성이 붙기 때문에 넘어지는 순간 각각 사람들을 연속적으로 받치지 않는 한 계속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가 난 장소는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뒷족 골목으로 폭이 4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같은 대응을 하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때문에 누군가에게 책임 소재를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염 교수는 “누군가가 잘못했을 가능성은 있다, 밀리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더 밀었다거나, 누가 처음에 밀었다거나, 그 앞에 있는 가게들이 불법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했다거나 그런 것들도 사망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사고는 거리에서 벌어진 자연재해 같은 현상이며 누가 막 밀어서 누구를 사망에 이르게 하겠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런 참사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람이 많이 몰리는 행사 전에 예방을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염 교수는 “다중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정확한 매뉴얼과 시행지침,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30일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4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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