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흑해곡물수출협정’에서 일방적으로 빠지겠다고 선언한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유엔과 튀르키예가 다급히 중재에 나섰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흑해함대 공격 사건’의 진상 규명이 먼저라고 버티고 있어 협정에 쉽사리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3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12월물)은 이날 오후 2시 현재 전날 대비 5.4% 오른 부셸당 8.7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밀 선물은 개장 직후 8.93달러까지 오르며 7.7%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12월 인도분 옥수수와 대두 선물도 장중 2% 넘게 올랐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함대 공격을 문제 삼으며 전날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한 데 따른 결과다. ‘곡물 수출 대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세계 식량위기가 심화하자 양국은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출 선박의 안전을 120일간 보장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우크라이나가 900만 톤 이상의 농작물을 수출하면서 밀 가격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었는데 러시아의 ‘변심’에 다시 뛰어오른 것이다.
유엔과 튀르키예는 자신들이 중재했던 협정의 조기 종료를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30일 러시아 설득에 집중하기 위해 알제리 순방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 국방장관도 러시아·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접촉하고 있다. 아울러 유엔·우크라이나·튀르키예는 러시아의 이탈과 상관없이 협정을 이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곡물선 16척이 31일 흑해를 통해 이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협정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흑해함대 공격 사건의 진상 규명’을 내어 관련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30일 “(우크라이나의 흑해함대 공격으로) 이전에 합의했던 모든 협정 조항을 위반한 만큼 러시아는 우선 이 사건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요청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되고 사건의 세부 사항이 모두 규명된 뒤에야 추가 조치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루덴코 차관은 협정 상황과 관련해 유엔·튀르키예와 계속 접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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