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작 법리 검토에 나서야 할 검찰은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과거 대형 참사가 발생할 경우 검경이 합동수사팀을 꾸려 수사 초기부터 공동 대응에 나서왔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현장 수사와 법리 검토라는 검경 공조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수사가 장기화되는 등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달 30일 사고대책본부를 꾸려 이태원 참사에 대응하고 있다. 검찰은 사고 발생 관할 검찰청인 서울서부지검을 중심으로 사망자 155명의 신원 확인·검시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경찰·소방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사고 원인 규명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계획이나 곧바로 수사에 나서기는 불가능하다. 9월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가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로 한정됐다. ‘대형 참사’의 경우에는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고 경찰 송치 이후 보완 수사와 재수사 지시만 가능하다. 앞서 검찰은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참사 때마다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과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사건 초기부터 공동으로 대응해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경찰이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법리 검토 등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행사의 주최자가 없고 개방된 공간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의 특성상 특정 기관이나 개인에게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건 초기부터 과실 유무와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한 법리 검토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수사 주체인 경찰이 현장 대응 미흡에 따른 사고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현 단계에서는 수사 전문가인 경찰과 법률 전문가인 검찰이 협력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경찰에서 먼저 요청하지 않는 이상 수사 권한이 없는 검찰이 먼저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도 “검경이 함께할 수 있는 대응 시스템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과거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시스템을 기대할 수 없어 아쉽다”며 “인명 피해가 큰 대형 참사일수록 초동수사가 중요한데 검찰은 손을 못 대는 게 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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