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을 제2의 ‘중동 붐’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제3의 시장 발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런 맥락에서 중동 시장이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간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우리나라와 걸프협력회의(GCC)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최근 다시 시작되는 등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중동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불안정한 자원 수급을 안정화하고 고유가로 막대한 돈을 번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해 주요 수출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쿠웨이트·오만·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GCC 6개 회원국은 올해 6.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나왔던 올해 전망치보다 2배 이상 높다.
IMF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이들 국가가 2026년까지 1조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오일머니로 ‘네옴시티’ 등 국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주최하는 연례 글로벌 경제 포럼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는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4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 직전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FII 불참을 유도했지만 오일머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만큼 중동 시장이 뜨겁다는 의미다.
이미 중국은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에너지장관·외무장관 회담을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역시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카타르 월드컵 개최 등을 계기로 중동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국은 방산·원전·정보통신기술(ICT)·건설 등 중동 국가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산업이 크게 발달한 만큼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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