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미국 국가지리정보국(NGA)을 처음 방문했다. ‘머리 위 중앙정보국(CIA)’ ‘하늘의 눈’ 등으로 불리는 NGA는 위성·드론 영상 정보를 분석해 북한 지상군의 움직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북한이 최근 한미를 상대로 무력 도발 수위를 거듭 높이고 있지만 양국이 북한의 움직임을 모두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북한 관련 한미 정보 협력 강화도 이뤄졌다.
역대 한국 국방장관 가운데 NGA를 방문한 것은 이 장관이 처음이기도 하다.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NGA, 美 위성 감시 정찰 핵심 기관…“北 움직임 꿰뚫어봐”=3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2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NGA를 방문해 한미 정보 협력 및 북한 도발 억제·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미 국방부 산하의 NGA는 군 정찰위성과 무인기, 정찰기로부터 수집한 지리 정보를 분석하는 미국의 위성 감시 정찰의 핵심 기관이다. 전투 지원 기관 성격도 있어 알카에다 수장으로 9·11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 당시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프랭크 위트워스 국장과 만나 북한 도발 억제와 관련해 한미 간 정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위성 영상 수집 및 분석 분야에서 한미 군 당국이 협력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이 장관은 또 한국형 3축 체계 중 ‘킬체인(북한 핵·미사일 선제 타격)’의 핵심인 군 정찰위성 전략화 계획을 알리고 북한의 최근 핵·미사일 활동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이 장관은 위트워스 국장과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다. 북한은 전날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을 발사했는데 NGA는 북한 미사일 발사 원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분단 이래 최초로 NLL 이남에 미사일을 발사해 도발 수위를 높였지만 미국 정부가 이 같은 북한군 움직임을 공중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양측은 향후에도 양국 정보 당국 간 긴밀한 공조를 이어나가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특히 위트워스 국장은 NGA 주요 임무로 북한 감시를 거론하며 한국 군의 정찰 능력도 크게 발전한 만큼 한국 군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와 함께 한국 국방부 장관이 NGA를 처음으로 방문한 데 대해 양국 정보 협력이 실질적으로 강화되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한미, SCM도 개최…“北 미사일, 영토 침해 매우 이례적”=이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미국 측과 북한 관련 정보 협력 강화를 약속하는 한편 북핵 억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3일(현지 시간) 워싱턴DC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54차 SCM을 개최했다. 두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안보 정세 평가 및 정책 공조 △확장 억제 실행력 제고 △연합 방위 태세 강화 △글로벌 안보 협력 등 주요 동맹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양국 장관은 특히 7차 핵실험을 앞둔 북한이 지난달 31일 시작한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빌미삼아 전날부터 무력 도발을 감행한 데 대해 중점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최근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억제하기 위해 양국 동맹 및 한미일 협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 장관은 미국 외교협회를 방문,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의 전날 무력 도발에 대해 “실질적 영토 침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을 침범해 자행된 미사일 도발이자 실질적인 영토 침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며 “한미는 확고한 연합 방위 태세를 바탕으로 공동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한미가 함께 단호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우리 군의 자체 능력 강화와 함께 한미 동맹 차원에서 어떠한 순간에도 미국의 확장 억제력이 작동할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주고자 한미가 긴밀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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