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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美 중간선거…‘초선’을 아십니까[정상훈의 지방방송]

<23>미국…11·8 美 중간선거 다가와

영화 ‘초선’ 주인공 한인 5인도 도전

IRA·北 핵실험 등 한반도 영향 주목

영화 ‘초선’ 포스터. / 커넥트픽쳐스 제공




오는 8일(현지시각)이면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집니다. 임기 2년의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임기 6년)의 3분의 1을 뽑습니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습니다. 그래서인지 역사적으로 중간선거에선 여당의 성적표가 안 좋았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 들어 ‘선심성 정책’을 쏟아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선을 조금 돌려보겠습니다. 이번 중간선거에는 한인 후보 5인도 하원의원에 도전합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입니다. 바로 영화 ‘초선(Chosen)’입니다. ‘Chosen’은 미국이 1882년 한국(조선)이라는 존재를 처음 공식화하며 사용한 표기이기도 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인 만큼 스포일러 걱정은 잠시 접으셔도 괜찮습니다.

LA 한인타운의 지역구 의원은 한인이 아니다?


‘초선’은 2020년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진 하원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낸 5명의 한인 후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앤디 김, 메릴린 스트릭랜드(김순자, 이상 민주당), 영 김, 미셸 은주 스틸(이상 공화당), 그리고 데이비드 김이 그 주인공입니다.

영화는 이들 중 데이비드 김 후보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촬영에 가장 협조적이었던 데이비드 김의 분량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라는 게 영화를 연출한 전후석 감독의 설명입니다. 2020년이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였던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데이비드 김이 도전장을 내민 지역구는 캘리포니아 34지구입니다. 그 유명한 LA 한인타운이 포함된 곳이기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지금껏 이곳에서 한인이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데이비드 김은 이 점을 부각하며 한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한인 사회는 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김은 말 그대로 ‘언더독’입니다. 노동 변호사 출신에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데다가 성소수자입니다. 라틴계인 상대 후보와 달리 자본의 도움을 받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그를 지지하는 친구들과 지역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합니다. 선거 전단을 보내는 작업도 직접 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인 셈입니다.

데이비드 김의 진심에 유권자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여러 단체들의 지지 성명도 이어집니다. 후보 평가에서 ‘A-’라는 매우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SNS를 중심으로 반응도 뜨겁습니다. 거리 유세를 하는 데이비드 김에게 응원의 악수를 보내는 이들도 늘었습니다. 언더독의 반란이 시작된 셈입니다.

2021년 1월 4일, 연방하원 취임·개원식이 열리는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 4명의 한인 하원의원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앤디 김은 재선 의원이 됐습니다. 흑인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메릴린 스트릭랜드는 한복을 입고 등원해 화제가 됐습니다. 역사상 최초로 3명의 여성 한인 의원이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데이비드 김의 자리는 없습니다. 그는 5%p 차이로 낙선했습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서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노이 회담에 한인 의원이 있었다면…그리고 IRA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를 두고 우리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는 더 이상 미국만의 것이 아닌 전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형 이벤트이기 때문입니다. 지정학적 특성상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로선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입니다. 지난 8월 이 법이 발효되면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7500달러(1000만 원) 상당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기차 전량을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현대차 입장에선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우리 국회가 ‘IRA 우려 결의안’을 채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재계와 정치권은 중간선거 이후 법안의 대대적인 수정 또는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IRA에 변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IRA 자체가 중간선거를 겨냥한 바이든 행정부의 이른바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의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우리 정치권의 대응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연이은 북한의 무력 도발도 중간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지난 3일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하면서 제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압박용으로 핵실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미국 내 경제 사정이 심각한 상황에서 북한 이슈가 선거에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영화에선 ‘사이구’라는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1992년 4월 29일 LA폭동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당시 우리 교민들은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이들의 입장을 대변할 한인 정치인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앤디 김 의원은 영화에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얘기를 꺼냅니다. 당시 유일한 한인 하원의원이던 김 의원은 백악관에 북미회담 성공을 위해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북미회담을 이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으로 김 의원과 당적이 달랐습니다. 결국 하노이 회담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미 하원의원의 수는 435명입니다. 이번에 도전하는 5명의 한인 후보가 모두 당선된다 하더라도 전체의 1% 수준입니다. 물론 이들도 결국은 미국인입니다. 미국을 위해 일할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 후보들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435명의 미국인 중에서 가장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30년 전 LA폭동 당시의 억울함은 다시 겪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인 후보 5인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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