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공중 보건에 중대한 위협을 일으킬 수 있는 곰팡이 목록을 제시했다. 감염증을 일으키는 해당 곰팡이들은 점차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약제에 내성까지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WHO는 최근 곰팡이 병원체의 위험 순위를 체계적으로 지정하기 위해 최초로 이 같은 목록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WHO는 온난화와 여행과 교역 증가로 곰팡이 감염증 발생 빈도와 발생 지역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입원 환자들 사이에서 곰팡이 감염증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난 발키 WHO 항균 내성 담당 부국장은 "곰팡이 감염증이 늘고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내성을 보이면서 공중 보건의 우려 사항이 됐다"고 말했다.
구강 칸디다증이나 질염 등 흔한 질환을 일으키던 곰팡이들이 점차 약제 내성을 갖게 되면서 전체 인구에 확산 가능한 감염증을 일으킬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항진균제는 4가지 종류에 불과하지만, 곰팡이 감염증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 관련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개발 중인 신약도 거의 없다.
약제 내성은 생태계와 생활 속에서 부적절하게 항진균제가 사용돼 발생한다. 예컨대 농업에서의 과도한 항진균제 사용은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Aspergillus fumigatus)의 아졸 항진균제 내성이 높아지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목록은 공중 보건의 영향과 약제 내성 위험도에 따라 감염증을 일으키는 19종의 곰팡이를 '치명적인 우선도', '높은 우선도', '중간 우선도' 등 3가지로 분류해 제시한다.
'치명적인 우선도' 그룹에는 약제 내성이 높고 병원에서 많이 발생한 칸디다속 진균(Candida auris)과 크립토코커스 네오포르만스,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 칸디다 알비칸스가 들어있다.
'높은 우선도' 그룹에는 털곰팡이증을 일으키는 털곰팡이목과 칸디다 군의 일부 등이 포함됐다. 털곰팡이증은 ‘검은 곰팡이증’이라고도 불리며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인도에서 크게 유행했다. 털곰팡이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치사율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 위험도' 그룹에는 콕시오데이데스 종, 크립토코쿠스 가티 등이 들어있다.
WHO는 그동안 곰팡이 감염증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아 연구 데이터가 부족하다면서 이들 곰팡이에 대한 각국 정부의 관심과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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