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 사업을 일단락하고 금융기관, 국제기구 등과 실제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은은 아직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며 이번 연구사업 역시 최종 모델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7일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10개월 동안 수행한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을 통해 분산원장기반 CBDC 모의 시스템의 기본 기능인 제조·발행·유통에 이어 2단계 확장 기능인 오프라인 거래·디지털 자산 거래·정책지원 업무 등에 대한 구현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번 실험은 그라운드엑스가 주사업자를 맡았다. 삼성전자, KPMG,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에스코어, 코나아이, 드림시큐리티, 지크립토, 온더, 엔글, 컨센시스 등 12개 업체도 협업 형태로 참여했다.
사업 수행 결과 실험한 전체 기능인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다. 먼저 오프라인 CBDC 기능이 온라인 CBDC와 독립적으로 운영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송금인과 수취인 거래 기기가 모두 인터넷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자체 통신 기능을 통해 거래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거래가 몰리는 피크타임에 다른 전자지급서비스 수준의 실시간 대량 거래 처리를 위해서는 응답 대기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 분산원장 확장기술이나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영지식 증명기술(ZKP·Zero Knowledge Proof)을 현시점에서 실제 시스템에 적용하기엔 다소 한계가 있다는 점도 나타났다.
한은은 앞으로 CBDC 활용성을 점검하기 위해 금융기관,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실제적인 환경에서의 실험으로 심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구축된 CBDC 모의시스템 기능과 성능을 보다 면밀하게 점검하기 위해 14개 은행과 금융결제원 등 금융기관과 협력해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유희준 한은 디지털화폐기술반장은 “다양한 플랫폼이나 기술을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겠다”라며 “플랫폼으로부터 받는 영향이 크지 않고 특정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없도록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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