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압사 위험' 112 신고가 쇄도하는 상황에서도 태연하기만 했던 현장 책임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참사 직전 한 식당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7일 한겨레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난달 29일 용산 일대 집회 대응을 지휘한 뒤 오후 9시24분쯤 식사를 하기 위해 용산서 정보과장과 경비과장, 직원 등과 함께 용산서 인근의 한 설렁탕집을 찾았다.
해당 식장의 폐쇄회로(CC)TV에는 참사가 발생하기 전인 밤 9시 24분부터 이 전 서장이 식사를 마치고 나간 시간인 밤 9시 47분까지의 상황이 담겼다.
보도 내용을 보면 이들은 20여분간 식사를 했는데 그 사이 이 전 서장에게 이태원 현장이 '긴급 상황'이라는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CTV 영상에 따르면 이 전 서장 등은 다급한 기색 없이 태연하게 식사를 마친 뒤 결제하고 식당을 나섰다.
이 전 서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을 위한 촛불대행진’ 현장에서 집회를 통제한 후 늦은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식당에서 나온 이 전 서장은 관용차량을 타고 이태원 현장으로 향했다. 사고 발생 15분 전인 오후 10시께 사고 현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녹사평역에 도착했으나 차량 이동을 고집하다가 현장에 뒤늦게 도착했다.
식당에서 나와 관용차량을 타고 이태원 현장으로 향한 이 전 서장은 당시 이태원 일대의 극심한 차량 정체가 됐음에도 도보 대신 경리단길이나 하얏트호텔 등의 우회로를 이용해 이태원파출소에 진입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오후 11시쯤 차량에 내린 이 전 서장은 참사 발생 이후 40분을 넘긴 시점에도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걷는 모습이 CCTV에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6일 이 전 서장을 직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참사 대응 문제점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서장은 감찰 조사에서 관용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아 사안의 심각성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했다고 상황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해당 보고를 작성한 상황실 직원을 소환해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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