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11일(현지시간) 파산을 신청했다. 부채 규모만 최대 66조 원에 달하는 암호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 파산이다.
FTX는 이날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챕터11은 회사를 청산하지 않고 살리는 것이 목표인 제도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FTX는 이날 트위터 성명에서 "전 세계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해 자산을 현금화하고 질서정연한 검토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자발적인 파산보호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파산 절차는 FTX그룹의 새 최고경영자(CEO)가 된 존 J. 레이 3세가 진행한다. ‘코인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던 30살 코인 갑부 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는 물러났다.
파산보호 신청 대상에는 FTX 유동성 위기를 불러일으킨 알라메다리서치 등 134개 계열사도 포함됐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알라메다로 인해 발생한 FTX 채무는 100억 달러(약 13조 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FTX가 법원에 제출한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FTX 부채는 100~500억 달러(약 13조 2000억 원~66조 2000억 원)에 육박한다. 자산도 부채와 같은 규모다. FTX에 대한 채권자는 10만 명 이상이다. 이는 올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파산 신청 기업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몰락은 2일 코인데스크US가 FTX의 취약한 재무 구조를 문제 삼은 지 고작 열흘 만에 이뤄졌다.
이후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인수의향서(LOI)를 체결하고 하루 만인 9일 인수 계획을 철회하면서 FTX의 유동성 위기는 심화했다. 뱅크먼-프리드는 94억 달러(약 12조 4000억 원) 규모 긴급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던 FTX가 빠르게 종말을 맞았다"고 진단했다.
뱅크먼-프리드는 파산 신청 이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가 여기에서 이렇게 끝나게 돼 다시 한번 정말 죄송하다"며 "파산 신청이 필연적으로 회사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 대표직을 맡은 레이 CEO는 "FTX그룹은 가치 있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직 체계적인 공동 절차를 통해서만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며 "성실하고 철저하고 투명하게 이러한 노력을 수행할 것"이라고 공언해다. 레이는 ‘엔론사태’ 청산인 출신의 구조조정 전문가다. 그는 2011년 회계 부정으로 무너진 에너지 기업 엔론의 ‘빚잔치’를 효율적으로 관리 감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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