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연내 내놓을 예정이던 중국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 일정을 연기했다. 미중 간 채권 수익률이 역전돼 투자상품으로서의 매력이 줄어든 데다 양국 관계 악화로 자칫 미국 자본이 중국 정부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블랙록이 규제 승인을 받아 올 2분기 미국 시장에 내놓으려던 중국 채권 ETF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미중이 대립각을 세우는 와중에 미국에서 중국 채권 ETF 상품을 선보이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앤드루 콜리어 오리엔트캐피털리서치 매니징 디렉터는 “투자자들도 미국 주도의 제재로 중국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으로 미국과 중국의 채권 수익률이 역전됐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됐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이미 올 초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중국의 국채 수익률을 12년 만에 추월한 상태다. 11일 기준 미국 국채 수익률은 3.814%로 중국(2.695%)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 상태다. FT는 “미국 국채로 고수익이 보장된다면 중국 국채의 매력도는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중국 채권 관련 상품들도 매력이 감소하고 있다. 앞서 2020년 블랙록이 유럽 시장에서 출시한 중국 채권 ETF ‘iShares China CNY Bond UCITS ETF’는 지난 해에만 50억 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이며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연준의 긴축 정책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맞물리면서 해당 펀드 수익률은 올해 9%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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