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파산 보호를 신청한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채권자가 100만 명을 웃돌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채권자가 앞서 알려진 숫자의 10배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실제 피해 규모도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FTX 사태의 여파로 가상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BlockFi)가 파산 보호신청을 검토하는 등 피해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FTX 변호사들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100만 명 이상의 채권자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FTX가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밝힌 채권자 숫자인 10만 명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채권자 대부분이 무담보 후순위 채권자인 탓에 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파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FTX는 상위 20명의 채권자 명단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일단 FTX는 자사의 부채 규모를 고려해 상위 50명의 명단을 모두 제출하는 것을 허용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하고 있다.
FTX의 급작스러운 파산에 따른 피해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당장 블록파이가 유동성 위기에 파산보호 신청 검토에 나섰다. 블록파이는 지난주 FTX의 불확실성 탓에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며 고객들의 자금 인출을 중단하고 플랫폼 활동을 제한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블록파이가 현재 일부 직원들을 해고할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실제 파산보호를 신청이 이뤄지면 FTX 사태로 인한 첫 희생자가 된다. 블록파이는 전날 자사 블로그를 통해 FTX와 그 계열사 알라메다에 “상당한 익스포저(노출)이 있다”면서 “우리에게 이용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으며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신규 자금 조달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그는 지난 주말 최대 80억 달러의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투자자들과 접촉했다. WSJ는 “뱅크먼-프리드가 여전히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아직까지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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