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업계의 워런 버핏을 자처했던 샘 뱅크먼-프리드의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며 하룻밤 꿈처럼 사라져 충격을 줬습니다.한 때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이자 가장 최근에 평가된 기업 가치가 320억 달러(약 42조원)에 달했던 기업입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용은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고객의 예치금 160억 달러 중 100억 달러 가량을 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넘겨 투자금으로 운용하게 했습니다. 언제든 유동성이 바닥날 수 있는 위험을 간과했다는 '고의성'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역풍이 컸습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규제를 강화하자. 업계를 재건하자”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FTX의 방만한 운영 상황에 조사를 시작하면서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먼저 이 '규제 강화' 안건을 선점한 곳이 있습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인베이스입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창업자는 미 경제방송 CNBC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무엇이 좋은 것인지, 무엇을 해도 되는 것인지 미국 내에 규제 자체가 없기 때문에 모두 미국 밖으로 사업체나 투자자들이 옮겨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역외 거래소에서 이 같은 문제가 터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추가적인 조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인베이스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라며 큰 소리를 낸 것입니다. 대형 거래소 중 유일한 상장사인 만큼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규제 준수와 투명성 기반을 마련했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FTX가 파산 신청을 한 시기에 오히려 주가도 상승했습니다. 미국 증권사인 코웬은 코인베이스 종목에 '우수(OUTPERFORM)' 평가를 했습니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에서는 목표 주가를 107달러에서 89달러로 낮췄지만 '비중 확대' 의견을 냈습니다. 이유는 FTX 관련 위험 노출이 적은 데다가 거래량 증가나 FTX 거래소에 있던 투자자들 유입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을 수 있다는 겁니다. FTX 파산 이후 수혜주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16일(현지 시간)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16만4000주를 사들였습니다. 820만 달러(약 110억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코인베이스가 만드는 모멘텀
실질적으로 코인베이스가 어떤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도 판단이 필요한데요. 코인베이스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5억9000만 달러(약 8400억원)를 기록, 시장 전망치(6억5400만 달러)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그럼에도 실적 발표 후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이 때 투자자들이 본 점은 거래 이용자 하락폭이 높지 않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월간 거래 이용자 수가 850만명을 기록했는데 전분기(900만명) 대비 5% 정도 떨어지는 데 그쳐 스트리트어카운트 전망치(784만명)보다 높았던 겁니다. 이용자 수는 4분기에도 900만명을 밑도는 수준에서 유지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이제 FTX의 여파로 암호화폐 자산을 옮기는 이들이 생기면서 이것은 쉽게 달성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기존에는 업계의 후발주자인 만큼 ‘초보 투자자들을 위한 안전한 플랫폼’이라는 마케팅을 펼치며 이용자를 늘렸는데 이용자 층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모멘텀이기도 합니다.
수익과 현금 흐름 측면에서도 살펴보면 순손실은 5억 4500만 달러(약 73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절반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비용을 줄이는 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현금 흐름도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금리 상승이 호재가 된 부분이 있어 구독 및 서비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 오른 2억10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당분간은 회복 탄력성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미국 당국도 암호화폐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면 안 된다는 인식과 동시에 당국의 규제 안에서 잘 가동되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이 큰 만큼 이 흐름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평가입니다. 코인베이스의 남은 과제는 이 분야에서 업계 리더십을 가져가기 위해 얼마나 구체적인 업계 표준을 제시할 수 있느냐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상단의 영상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