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기에 놓인 가상화폐 거래소 FTX에 대해 최근 파산 보호를 신청한 존 J. 레이 3세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40년 간의 구조조정 경력을 쌓으며 이렇게 완전한 기업 통제 실패는 본 적이 없다”는 혹평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유명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인 레이 CEO마저 FTX의 부실 경영에 충격을 표하며 ‘필연적인 붕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레이 CEO는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라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출한 파산보호 관련 문건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국적 사례다. 엔론보다 더 심하다”고 밝혔다. 레이 CEO는 앞서 2001년에 회계 부정으로 파산한 에너지 기업 엔론의 '빚잔치'를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신뢰할 수 있는 재무 정보가 전무한 곳은 처음”이라며 FTX와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차대조표의 정확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레이 CEO는 또 "위태로운 시스템, 해외 당국의 잘못된 규제·감독부터 경험이 없고 세련되지 못한 데다 위험해 보이는 극소수 개인들의 손에 집중된 회사 통제권까지 상황은 전례가 없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문건에 따르면 샘 뱅크먼프리드 전 CEO 등 경영진이 투자 계열회사 알라메다 리서치로부터 거액을 대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라메다 채권에는 뱅크먼프리드 전 CEO와 니샤드 싱 FTX엔지니어링 이사 등 '관련 당사자'에 대한 대출금 41억 달러(약 5조 5000억원)가 포함됐다.
회사 공금은 사적 용도의 대출 외에도 직원 주택 및 개인 용품 등의 구매에 쓰였으며, 이를 은닉하는 과정에서 특정 소프트웨어와 자동 삭제 대화 플랫폼 등을 사용해 정확한 기록마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열악한 안보 체계는 물론, 인사 시스템 역시 회사 전 직원의 목록 파악이 안 될 정도로 엉망인 수준이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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