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역사상 처음으로 아랍 지역에서, 그리고 겨울에 열리는 지구촌 최대 축구 잔치 월드컵이 막을 올렸다. 특히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한국 가수 최초로 개막식 무대에 올라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20일 오후 5시 40분(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무대는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개회식 시작 전부터 이미 경기장에선 신나는 음악이 팬들의 흥을 돋웠는데 오후 5시 30분에는 월드컵 진품 트로피가 등장해 팬들을 설레게 했다. 잠시 뒤 경기장 불이 꺼지고 그라운드에선 인류의 화합을 주제로 한 개막 공연이 시작됐다.
첫 무대는 배우 모건 프리먼과 꼬리퇴행증후군을 이겨낸 인플루언서 가님 알 무프타가 등장했다. 이어 대회 참가국 응원가를 편곡해 걸프만 지역의 민속 무용인 아르다 춤으로 표현하는 공연 등이 펼쳐졌다. 각국 대표팀의 유니폼과 역대 월드컵 마스코트 등이 등장하기도 하면서 올림픽처럼 화려한 무대가 연출됐다.
이어 이번 월드컵 마스코트인 '라이브(La'eeb)'의 풍선이 떠오르면서 무대엔 BTS 정국이 모습을 드러내 흥을 돋웠다. 검은 무대 의상을 입은 정국은 시상대 모양의 무대에서 카타르 월드컵 공식 사운드트랙(OST) ‘드리머스(Dreamers)’를 열창했고 수십 명의 댄서와 함께 안무를 선보였다. 중간엔 카타르 가수인 파하드 알쿠바이시가 등장해 정국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정국은 K팝 아이돌을 대표하며 '월드스타'로 부상한 BTS 멤버로, '드리머스'는 K팝 솔로 가수가 처음 단독으로 부른 월드컵 OST로 알려졌다.정국은 올여름 미국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와 협업한 ‘레프트 앤드 라이트(Left and Right)’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롱런하는 등 솔로로도 세계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모든 공연이 마무리된 뒤엔 불꽃이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날 개막식 공연 주제는 서로의 차이점을 연결하는 인류화합이었다. 축구는 ‘지구촌 부족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모두의 천막’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한편 남미의 복병 에콰도르가 카타르를 완파하며 월드컵 개최국의 개막전 무패 전통을 무참하게 깨버렸다. 이날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에콰도르는 전반전 멀티골을 뽑아낸 에네르 발렌시아의 맹활약을 앞세워 카타르에 2-0으로 완승했다.
이로써 1930년에 제1회 대회를 치른 월드컵 92년 역사에서 개최국이 첫 경기에서 진 사례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2002년 대회를 포함해 지난 2018년 려시아 대회까지 22차례 치러진 개최국의 첫 경기에서 개최국은 16승 6무 무패를 기록한 바 있다. 개최국이 첫 경기에서 득점하지 못한 것은 멕시코가 소련과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1970년 대회 이후 52년 만이다.
카타르는 홈 팬들 앞에서 치른 월드컵 본선 데뷔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를 겨냥해 일찌감치 외국 선수를 귀화시키고 6개월 동안 합숙 훈련을 하는 등 내심 아시아 나라의 사상 최고 성적을 바랐지만 1차전 승리를 맛보진 못했다.
에콰도르는 8년 만이자 통산 4번째로 오른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첫 경기부터 승점 3을 추가하며 2006년 독일 대회 이후 16년 만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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