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다. 올해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흐르며 피로감이 높아지자 미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도 협상론에 힘을 실었다.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만일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는 데 관심이 있다면 그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아직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당장의 만남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의 협의를 통해서만 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회담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수일 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협상의 핵심은 우크라이나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타협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협상 시기와 조건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보다 러시아와의 협상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고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대의를 한층 더 분명하게 지지했다”고 평했다.
미국이 내민 손에 러시아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리는 절대로 대화를 피하지 않는다”면서 “미국 대통령 등에게서 제안이 온다면 거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9개월 이상 지속된 전쟁으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러시아에 새로운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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